폐회를 불과 닷새 남긴 올해 정기국회가 예산안 및 법안을 둘러싼 각종
로비와 밥그릇 챙기기로 얼룩지고 있다.

제조물 결함 때문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제조업자가 배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조물
책임법은 13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도입시기가 또 연장돼 통과됐다.


당초 정부에서 2001년 1월부터 이 법을 도입하려다 업체들에 준비기간을

주기 위해 2001년 10월로 연기했는데 재경위에서 2002년 7월로 또 연기한

것이다.

법안 조기 도입에 강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던 한나라당
김찬진 의원은 "고의나 과실을 원칙으로 하는 손해배상 규정에
대한 특례조치가 이 법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고
기업에도 새로운 법 규정에 대비할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 단체들은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시행하는 제조물
책임법의 시행 시기를 늦추는 것은 정치권의 업계의 로비를 받은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산업자원위원회도
이날 한국전력의 분할 매각을 골자로 하는 전력산업 구조개편법안을
상정했으나 심의는 보류하기로 했다.

여-야 모두 공공부문 구조개혁의
상징인 이 법안의 제정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안을 통과시키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노조측의 압력에 손을 든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중공업, 가스공사 등 다른 공기업의 민영화 일정도 차질이 우려된다.
법조비리 방지 차원에서 법무부가 제출한 변호사법 개정안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법사위 소속 율사 의원들은 법안
심의과정에서 개혁적인 조항들을 대부분 후퇴시켰다가 비율사 출신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아예 심의를 보류시켰다.

국회 예산심의
과정도 불요불급한 예산의 삭감보다는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 민원 챙기기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정책질의와 부별심사
과정에서 의원 질의를 통해 증액을 요청한 예산은 330여개 항목
5조5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구체적 액수를 적시하지 않은 채 증액을
요청한 항목도 165개나 됐다. 이와는 별도로 각 상임위에서 증액을
요청한 액수도 2조6572억원에 달한다.

예결위 계수조정 소위 소속
의원들에게는 동료 의원들로부터 하루 종일 수십건의 민원 쪽지도
전달되고 있다.

의원들은 또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하는 선거법
협상과정에서도 '밥그릇 챙기기'에만 열중하고 있는 인상이다.

선거공영제를 명분으로 국민 혈세에서 부담하는 총선 선거비용
지원액수를 500억원 가량 추가하기로 여-야가 합의하는가 하면, 선거사범
공소시효는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함으로써 선거법 단속 실효를 사실상
상실케 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