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한국인의 낯
조용진 지음
사계절·12000원

우스개 최불암 시리즈.

최불암이 금동이와 버스를 타고 가다 내릴 곳이 되자 엉엉 울기
시작했다. 왜 울었을까. 답. 부자가 울면 문이 저절로 열립니다라고
쓰여있어서.

또다른 우스개 하나.

얼굴을 연구해온 조교수는 "헬리 혜성이나 헨리 8세를 모두 `헬리'라고
발음하는 한국어는 언어를 논리(좌뇌)보다 소리(우뇌)로 인식하려는
태도이며, 이같은 태도가 이어지면서 한국인 얼굴은 점점 더 오른쪽 이마가
발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조용진 교수는 홍익대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공부한 미술학자다.
그러면서 가톨릭대 의대에서 7년 동안 인체 해부학을 연구하는 등,
한국인의 몸을 화학시간에 선생님이 학생에게 물었다. 금을 공기 중에
놔두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답. 도둑맞게 됩니다.

이 두 우스개가 한국 사람 얼굴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조용진 교수(서울
교육대학 미술과)는 말한다. 동음이의어가 빚어내는 의미차를 웃음 동력으로
삼은 `최불암 시리즈'는 우뇌에서 푼다. 반면, 두번째 우스개는 화학원리와
사회원리를 뒤섞어 비튼 것으로, 좌뇌 작용을 바탕으로 한다. 한국 사람의
구성하는 유전적 특질을 통해 한국문화의 특성과 동아시아적 보편성을
궁구해왔다. 한국인의 `낯'을 연구한 이 책의 관심 영역은 그래서 한국인이
어디서 왔는지 묻는 데 머물지 않고 앞으로 한국인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
헤아린다.

1970년대 이후 출생한 한국인은 키와 몸매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얼굴은
앞 세대와 많이 달라졌다는 게 조교수 주장이다. 한국인의 전형적 얼굴형은
강인한 턱과 높은 광대뼈, 작은 눈. 그러나 최근 젊은층을 대상으로 실측
조사한 결과, 얼굴 폭이 좁아지고 턱뼈도 7% 이상 작아지면서 그 영향으로
광대뼈와 눈 주위 뼈 돌출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드러운
음식을 주로 섭취하게 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턱뼈가 작아지면서
발성과 한국어 발음에도 변화가 생겨, 구강의 공명 공간이 줄면서 한국어의
특징 중 하나인 후아음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언어의 기본이 되는 후음(목구멍 소리)이 없어지고 발음
폭이 극히 제한될 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그는 "가방과 아가의 가는 서로
다른 음가를 지닌 만큼, 알파벳 표기에서도 k(가방) g(아가)로 구별해서
표기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뇌와 좌뇌를 두루 발달시켜
균형잡힌 얼굴로 만드는데 최소 한 세대(30년)가 걸릴 것이라고 말하는
조교수는 "낯 가꾸기가 곧 우리의 미래 가꾸기"라고 결론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