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출발때는 다소 쌀쌀한듯 하더니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훨씬 푸근하게 느껴졌다. 김포보다 나리타 공항의 위도가 더 낮기
때문이리라. 선수단의 분위기도 날씨와 함께 움직였다. 출국때
긴장해 보이던 우리 기사들의 표정이 훨씬 밝아진 것이다. 가벼운
흥분을 동반한 자신감. 11월 13일, 도쿄서의 8강전은 그렇게 첫
단추를 꿰었다.
한국의 백전노장 조훈현과 중국의 신인 스타 왕레이의 대국이다.
돌을 가려 조 구단의 흑번. 덤이 6집 반으로 늘어났어도 대다수의
기사들은 흑을 선호한다. 왕레이의 안색이 더욱 굳어진 것 같다.
1, 3은 조 구단이 흑번일 때 애용하는 포진. 5로 걸쳐 백 6에
7, 9로 상대를 압박한다. 여기서 백 '가'면 이른바 큰 밀어붙이기
정석인데 10으로 이었다. 이것도 물론 정석. 하지만 12까지의
형태는 뭔가 백이 위축돼 보인다. 왕레이는 가급적 변화를 피하려
하고 있다.
13은 흔히 볼 수없는 조훈현의 귀 굳힘. 14는 상식 처럼 돼
버렸으나 '나'로 붙여 좌상귀 흑의 손 뺌을 추궁한 참고도의
실전례가 있다. 올해 초 국무총리 공관서 벌어졌던 기성전 도전기
첫 판으로, 주변 상황은 좀 달랐다. 목진석은 이 의욕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창호에게 패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