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로부터
오늘은 최원석 기자의 유럽에서 선정한 '올해의 차'에 대한
분석기입니다. 최 기자는 세기말을 마감하고 다가오는 21세기의
트렌드를 살펴보았습니다. /오토클럽 드림
■ '올해의 유럽차'는 일본차?
안녕하십니까. 최원석입니다. 오늘은 '올해의 유럽차'(European Car of
the Year)로 선정된 도요타 '야리스'(Yaris) 이야기입니다.
영국 자동차잡지 '오토카(Autocar)' 11월17일자에는 야리스
(http://www.toyota.co.uk) 에 대해 8페이지에 걸쳐 집중분석을 실었습니다.
'오토카'는 작년 8월12일자에 대우 마티즈 전복논란을 제기,
한국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력이 있습니다. 당시 영국시장에
진출한 마티즈 사진촬영을 위해 고속후진 중 급회전하다 차가
뒤집어지는 것을 발견, 대우 측에 문제를 제기했었지요. 오토카는
올해의 인물, 회사, 모터스포츠, 안전성-환경분야 공헌, 엔지니어,
디자이너, 최신기술, 디자인, 전문회사 분야를 자체적으로
선정했는데, 분야마다 선정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을 명시하고,
최종심사서 탈락한 후보들도 간단히 언급해 놓은 것이 흥미롭습니다.
역시 하일라이트는 '올해의 차(Car of the Year)' 부문이겠지요. 다른
대륙도 아닌 유럽에서 '올해의 차'로 일본차가 뽑혔다는 것은
의외입니다. 93년에도 닛산 마이크라(Micra)가 선정된 바 있지만
7년만에 그것도 같은 소형차라는 건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야리스는 유럽 소형차시장 공략을 위해 올 3월 판매에 들어간 모델로
1-1.3리터 엔진을 얹은 소형차입니다. 비츠(Vitz)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일본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죠. 일본 패밀리카 대명사인 도요타
카롤라를 제치고 일본 내 단일차종 판매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유럽시장마저 제패했다는 것은 앞으로의 자동차 시장흐름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콧대 높은 유럽사람들, 그것도 55명의 유럽 최고전문가 평가에서
야리스는 344점을 얻어, 피아트 멀티플라(265점), 오펠 자피라(245점)
등을 물리치고 당당히 유럽차 최고 권자에 앉았습니다.
스티브 크로플리(Stave Cropley) 오토카 편집장은 야리스의 매력에
대해서 첫째, 놀라운 편의장비(Brilliant packaging)와 시내주행연비
21.5km/ℓ의 시티카 경제성과 1리터 엔진(68마력)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놀라운 주행성능을 들어 극찬했습니다.
야리스에서 엿보이는 스마트카라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벤츠-스워치의 초소형차 스마트카에 이어 벤츠 A클래스 최근의
아우디 A2까지, 유럽 고급차 메이커들도 소형차 라인업 보강에
힘쓰고 있습니다. 환경친화적-에너지 절약형이면서 안락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미래자동차 개념에 부합하는 차입니다. 그러나
A클래스에는 결정적 단점이 있습니다. 너무 비싸다는 것이죠.
미래수요를 예측하고 제대로 만들었지만, 가격 앞에선 대책이
없었던거죠. 벤츠 같은 고급차 메이커로선 원가절감에 한계가
있습니다. A클래스를 살 정도면 다른 급 중형세단까지 바라볼 수
있는데, 그래도 그 차를 사라고 하는 건 무리죠. 그런 타이밍에,
유럽인들에 강하게 어필한 차가 야리스입니다.
야리스는 애초부터 유럽시장을 위해 전략적으로 준비된 차입니다.
그러나 도요타가 이 차를 유럽시장에 들여놓기 위해 벤츠가
A클래스를 개발한 것만큼 비용을 쏟아 부었을 리는 없습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소형차 양산에 많은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야리스 일본 내 모델 비츠(99년 1월 시판)와 플라츠(99년
8월)-듀엣(98년 9월) 3개 모델은 휠베이스(앞바퀴축과 뒷바퀴축
사이의 길이)가 2370mm로 같습니다. 브레이크-서스펜션 형식도
마찬가지구요. 도요타는 동급모델과 플랫폼(파워트레인을 포함한
하부구조)을 공유함으로써 독일차가 따라올 수 없는 가격으로
고품질의 소형차를 내놓을 수가 있었던 겁니다.
유럽시장 중 판매비중이 가장 큰 독일의 예(98년 일본차 31만7482대
판매)를 들어 가격비교를 해보죠. 야리스(1리터 엔진 68마력
듀얼에어백-ABS)가 1만8960마르크(1030만원), 벤츠
A클래스140(1.4리터 82마력 듀얼에어백-ABS)는
3만1320마르크(1880만원), 피아트 푼토S(1.2리터 60마력 듀얼에어백
ABS)가 1만8790마르크(1130만원), 대우 마티즈(0.8리터 51마력
듀얼에어백) 1만4900마르크(890만원), 현대 아토스(1리터 55마력
운전석에어백)가 1만5990마르크(960만원). 야리스는 가격만으로도
상당한 메리트가 있어 보입니다.
고급차 대명사인 벤츠-BMW마저 미래형 소형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세계 자동차산업을 리드하는 기업들이 이러하니, 스마트카
개발은 자동차산업의 한 유행이 아니라 21세기의 큰 흐름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 자동차메이커들도 나름대로 치밀한 전략으로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너무 중-대형차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도로를 꽉
차지하는 덩치 큰 RV차 쳐다보는 게 썩 유쾌한 것은 아닙니다. 당장
이윤이 많이 남는다고 대형차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새로운 소형차
개발에 주력하지 않는다면 우리차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최근
기존의 차 크기를 늘여놓고 '신차'라고 판매하며 "세상 어디 내놓아도
자신 있다"라고 선전하는 어떤 자동차 광고가 진짜라면 얼마나
좋을까 자문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