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6일의 DJP 만찬에서 실제로 어떤 '깊은 이야기'가 오갔는지에 대해서는 7일 청와대에서도 이렇다할 설명이
없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DJP 만찬 결과에 매우 흡족해 했다. 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김종필) 국무총리가 정치 스케줄(1월 개각)에 합의하는 등 굳건한 공조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두 사람이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 문제’를 깊이 논의했을 개연성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으려했다. “지금 합당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 자민련 내부의 반발 때문에 될 일도

안된다”고만 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합당 논의는 김 총리가 남미에서 귀국(21일)한 후에 자연스럽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7일 주요당직자회의에 나온 국민회의 이만섭(리만섭) 총재권한대행과 한화갑(한화갑) 사무총장은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다. 자민련과의 '순조로운' 합당 예감 때문임은 물론이다. 이영일(리영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두 고수(고수)들끼리 회담이 잘 돼서 "라고 했고, 동교동계의 설훈(설훈) 의원은 "양쪽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공동여당의 협력관계는 걸릴 게 없다"고 했다. 한 당직자는 "합당문제는
이제 제 궤도에 오른 것 같다"면서, "DJP간에는 타이밍 조절, '표정 관리'를 하는 단계 아니냐"고 했다.

총리실에서도 만족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다만 이덕주(이덕주) 공보수석비서관은 "오늘(7일) 아침 신문에
'합당' 얘기가 많이 나와 총리에게 물어봤더니 합당의 '합'자도 나오지 않았다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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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련
여권 수뇌부의 연쇄회동 다음날인 7일, 자민련 박태준 총재가
마포당사에 출근하자 보도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잇따라 터졌다.
박 총재가 외쳐온 '중선거구제 추진, 합당 반대'를 전날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국무총리가 만찬회동에서 명시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데 대한 박 총재의 '불쾌한' 표정을 잡으려 했던 것이다.
박 총재는 이를 눈치채고 "아무리 찍어도 명랑한 얼굴이야"라며
태연함을 잃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이날 박 총재 진영에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그의 한
특보는 "JP가 당 복귀시점을 1월 중순으로 연기한 것은 결국
여권신당 창당 시점에 맞춰달라는 DJ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
아니겠느냐"며 '소선거구제+합당'을 점쳤다. 수도권과 영남권
의원들도 '임기 내 공조', '총선 공조' 등 DJP의 합의를 예로
들며 사실상 합당 순서에 접어든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김현욱 사무총장, 이긍규 원내총무 등은 DJP의 합의 어휘가
'연합공천'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합당은 어려워졌다'고 전혀
다른 해석을 했다. 충청권 의원들은 한결같이 이처럼 해석했다.
마침 김 총리는 이날 낮 자민련 소속 국회 예결위원들을 비롯한
일부 의원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이원범 의원이 6일의
DJP 만찬에 관해 "한 말씀 하시라"고 채근하자 김 총리는 "이런
경우든 저런 경우든 공조를 철저히 하기로 했다"고 했다. 물론
'이런 경우 저런 경우'란 표현이 합당 가능성을 상정한 것
아니냐를 놓고도 의원들의 해석이 엇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