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작품이란 '가면'을 쓰고 독자들 앞에 나선다. 자기 체험을
작품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혀 다른 나'를 창조하기도 한다. '프리스트'
(도서출판 대원)로 '대한민국 출판만화 대상' 신인상을 받은 형민우(27)는
후자 같다.
"독자들은 제가 악마적 취향을 가지고 있거나, 폭력적일 거라고 생각하나
봐요. 실은 거꾸로예요. 제가 갖지 못한 일면을 작품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프리스트'는 천편일률적 느낌을 주는 한국만화 현실에서 크게 일탈한
작품이다. 그는 눈 크고 예쁜 주인공을 포기했다. 톤 테크닉이나 정밀한
묘사도 철저히 외면했다. 대신 거친 선으로 골격만 남아있는 미국식
그림체를 선택했다.
줄거리는 '절대악' 테모자레를 응징하는 주인공 아이작 이반의
처절한 결투다. 배경은 메마르고 스산한 서부 개척시대, 이반은 악마에게
영혼을 판 대가로 부활한 인물이다. '프리스트'는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모으진 못했다. 하지만 한국만화에서 찾기 힘든 차별성과 실험정신으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교 비판이라는 주제보다는
고딕풍 그림 연출을 통해 다른 만화와의 차별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형민우는 스스로 "음악, 영화, 게임을 가리지 않고 선호하는 잡식성
취향"이라고 했다. '헬레이져2' '신의 군대' '이벤트 호라이즌' '드라큘라'
'엑소시스트' '오멘' '장미의 이름' '프랑켄슈타인'(이상 영화), '헬 쇼크'
'베르세르크' '헤비메탈' '헬 보이'(이상 만화), '블러드' '퀘이크'(게임)
등이 '프리스트'에 녹아있는 그의 '잡식성 취향'이다.
그는 93년 '치씨 부임기'로 데뷔, '열혈 유도왕전' '태왕북벌기'에 이어
작년 7월부터 '프리스트'를 연재하고 있다. 작품마다 새로운 그림으로
도전하는 실험성이 돋보인다. 그는 "한 작품 끝내는데 4∼5년씩 걸리는
만화 특성 때문에 해보고 싶은 다른 작품을 머리 속에만 담고 있는 게
아쉽다"며 "오세영, 백성민 선생처럼 색깔이 분명한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어수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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