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동티모르 독립영웅의 한 사람인 호세 라모스 오르타(49)가
딜리에 도착함으로써 독립영웅 세 사람이 모두 동티모르에 집결했다.

지난 75년 인도네시아군이 동티모르를 침공하기 3일전 망명길에 올라
국제무대에서 24년간 '독립 외교활동'을 펼쳤던 오르타는 수천 주민의
환영을 받았다. 반생을 망명생활로 떠돈 그는 "감격스럽고도 행복하다"며
"신의 말씀대로 이제 이곳에 남은 인도네시아인들을 보호하고 용서하자"고
호소했다.

오르타는 딜리 도착 전날 자카르타에서 또다른 독립영웅인 사나나
구스마오(53)를 만났다.이들은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압두라흐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회담,동티모르 정치범 18명의 석방과
인도네시아-동티모르간 복항 약속을 받아냈다. 와히드는 "이제 두 나라가
미래를 내다보며 과거를 잊을 수 있게 됐다"며 "곧 탄생할 독립국
동티모르와 긴밀한 우호관계를 설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동티모르 독립의 정신적 아버지로 불리며 96년 오르타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카를로스 벨로(51) 주교는 폐허가 된 동티모르
재건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탈리아 일간지와의 회견에서
"부서진 집을 다시 지을 못 하나, 벽돌 하나 찾을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하지만 독립 영웅들이 모두 집결함으로써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바로 권력다툼 가능성이다. 현 상황에서 독립 동티모르의 최고
실권을 장악할 인물로 구스마오와 오르타가 가장 유력하다. 두 사람은
그러나 투쟁 역정이 판이하다.

구스마오는 동티모르에 남아 지난 79년부터 산악 레지스탕스를 이끌어온
카리스마적 독립 지도자다. 92년 체포돼 투옥되기 전까지 13년간이나
무장투쟁을 이끌어왔다. 반면 오르타는 75년 호주로 망명한 뒤 줄곧
외교활동으로 동티모르 문제를 부각시켜왔다. 유엔과 서방국가들을 향한
그의 적극적이고도 지칠 줄 모르는 설득작업은 동티모르 밖에서 국제사회의
여론을 조성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두 사람은 지난 74년 400년간의 포르투갈 식민통치가 끝났을 때 짧은
기간 함께 일한 적이 있다.당시 구스마오가 이끄는 동티모르
독립혁명전선(Fretilin)에 의해 구성된 정부에서 오르타는 외무장관을
맡았었다. 하지만 이제 동티모르인들은 두 사람의 미묘한 라이벌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당사자들도 이런 시각을 의식,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르타는 동티모르 귀환 연설에서 "지도자는 구스마오이며 나는 그의
그늘 밑에서 동티모르 건설에 참여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구스마오 간에 불화가 있다는 의혹은 진실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구스마오도 "과도정부엔 모든 계파를 포함시키겠다"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했다. 2∼3년 뒤 탄생할 독립국 동티모르의 운명은 이들
두 사람 손에 달려있는 듯하다.

(* 여시동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