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74)의 마이웨이 18년은 지금까지는 성공작이었다. 마하티르가 총리가 되던
해 300달러에 불과했던 말레이시아의 1인당 GNP는 15년만에 5600달러로 증가했다.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경제는 연평균 8% 이상 성장했다. 고무와 파인애플을 내다
팔던 농업국은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수출하는 산업국으로 탈바꿈했다.

콸라룸푸르에 솟아있는 88층짜리 고층 빌딩과 첨단 공항, 300년 앞을 내다보고 지었다는 행정수도
푸트라자야와 멀티미디어 회랑은 개발경제의 위대한 성과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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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수습에도 마하티르는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작년 하반기 마이너스 10%가

넘던 경제성장률은 올 상반기에 마이너스 1%대로 크게 개선됐다. 그것도 글로벌

기준이라 할 IMF(국제통화기금) 처방과는 거꾸로 가면서 거둔 의미있는 성과다.

지난달 29일 총선 승리는 마하티르식 위기타개에 대한 보상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는 중간평가일 뿐이다. 앞으로 가야할 마이웨이는 지금보다 더욱 고달프고
험한 길이 될 것이다. 표로 나타난 유권자의 평가는 변덕이 심해 더 두고 봐야 한다.

마하티르식 정책과 노선에 대한 국내외의 검증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무엇보다
경제위기 와중에 폭발한 민주화 개혁 민심(민심)은 총선 승리로 다시 잠복할 가능성이
높지만 마이웨이 노선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마하티르가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아시아적 가치]로 포장된 산업화 우선 정책이라는 지적이
많다.[민주화보다 산업화 먼저]가 국가에너지를 집중시켜 고도성장을 가능케 한 것은
사실이다.

15년간 계속된 노선을 3년간의 외환위기를 이유로 평가절하할 수도 없다.
그러나 경제적 풍요가 자극한 민주화 욕구를 제때 충족시키지 못하면 산업화의
성과마저 외면당할 지 모른다.

말레이족 기업 우대로 나타나는 [끼리끼리 자본주의(crony capitalism)]에 대해서도
마하티르는 말레이족의 경제력을 키움으로써 잘사는 화교와 인도계 주민간
인종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정부와 기업간 접근이 유착이라기 보다는
경제발전을 위한 협조라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말레이족 우대정책에도 불구하고
민족자본의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원주민과 화교간 빈부격차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해외기업 입장에서는 차별을 느끼며, 외자 유입을 가로막는 장애다.

또한 끼리끼리 주의는 부패의 온상을 제공한다. 마하티르 자신은 깨끗하다고 하지만
경제규모와 확대와 함께 커지는 권력자들과 고위 관료층 부패는 마이웨이의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마하티르는 "세계화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것이 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며 세계화에 저항적이다. 세계화가 경제수준의 격차와 문화적 차이를 무시한
미국식 자본주의의 일방적 확산이라는 점에서 보면 일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시장개방과 외자도입을 통한 경제발전 전략은 외환위기 전까지 마하티르 스스로가
선택해서 재미를 본 정책이었다.

92년 전체투자에서 외국인 직접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6%였으나 이후 계속 줄어들어 96년에는 11%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
외자의 유출은 있어도 유입은 거의 없는 상태다. 여기에는 자본 통제 조치가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자본통제는 유동성위기를 넘기는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 아시아
경제위기를 예언하고 자본통제를 권유했던 미 경제학자 폴 크루그만도 조속한 통제
해제를 충고하고 있다.

마하티르가 세계화 추세를 전면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본시장 자유화의
대세를 거스르는 것은 말레이시아 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에 공감하고 있다. 미국주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말레이시아의 특수성을 인정해
속도를 조절해달라는 것이 그의 본심인 것 같다. 문제는 그가 도발적이며 억센 언행을
보일수록 개인 인기는 올라갈지 몰라도, 말레이시아의 대외신인도는 추락한다는
사실이다.

인기유지를 위해, 정권유지를 위해 역사적 추세에 저항했다면 마하티르는
말레이시아 역사와 국민에 죄를 짓는 것이다. 지난 6월 마하티르는 "나는 과거에
수없이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갔고 대부분의 경우 내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리 5선으로 한숨 돌린 지금은 마하티르가 좀 더 긴 안목으로
마이웨이를 점검해 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