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3월5일부터 9일까지 경성서 발행되는 매일신문에 「황소와
도깨비」라는 동화 한 편이 실렸다.
작가 이상이 『작가 인생 중 유일하게 쓴 동화』라고 밝힌 작품이었다.
28세로 요절한 그가 세상 떠나기 겨우 40일 전 일이었다. 이상 전집에서나
찾아볼 수 있던 이 작품이이번에 그림책으로 나왔다.(다림 간)
산골에서 혼자 사는 나무장수 돌쇠. 황소와 함께 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냥개에 물려 부상당한 새끼 도깨비 산오뚝이를 만난다. 산오뚝이는 『황소
뱃속에 두달 동안만 들어가 있으면 상처가 나을 것』이라 애원하고, 황소
입을 통해 뱃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두달 뒤 들어간 입으로는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살이 포동포동 쪄 버린 산오뚝이. 황소의 배를 째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 돌쇠의 하품을 본 황소가 따라하고 그 사이 산오뚝이가 잽싸게 튀어나와
『고맙다』며 황소의 힘을 100배나 세게 해준다는 내용이다.
이상은 『사람인지 원숭인지 분간할 수 없는 얼굴에 기름한 팔다리를 가졌고,
까뭇까뭇한 살결과 우뚝 솟은 귀에 작은 꼬리까지 달려서 고양이 같기도 하고,
개 같기도 했습니다』라고 새끼 도깨비 형상을 적었다. 「도깨비 화가」로
유명한 한병호씨가 그 산오뚝이 캐릭터를 조금은 과장됐지만 익살스런 모습으로
그려냈다. 두꺼운 화선지에 동양화풍으로 그린 그림들은 과감한 생략과정을
거쳐 귀여운 캐릭터로 변신했다.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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