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에 대한 외화도피 혐의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외압」을 받았나, 받았다면 어느 선으로부터 받았나?
지난해 4월 시작돼 올 2월 최 회장이 구속되면서 잠잠했다가 「옷
사건」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당시 수사의 축소-은폐 의혹과
관련해 검찰 안팎에서 다양한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태정 전 검찰총장은 1일 변호사를 통해 『당시 정치권
등에서 수사를 중단하거나 최 회장을 불구속해달라고 선처를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 회장의 사법처리를 끝까지
주장한 사람은 나와 박주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뿐이었는데,
지금은 우리만 죄인 취급 받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수사실무 책임자이던 문영호 대구지검
2차장(당시 서울지검 특수1부장)은 『수사 막바지이던 작년 8월
상부에서 「신동아가 메트로폴리탄생명으로부터 10억달러
외자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니 보류하자」는 요구가 있었다』며,
『결국 수사에서 손은 뗐지만, 신동아의 외자도입안은 엉터리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한생명과 메트로폴리탄간 외자유치 협상을 중재했던 로펌의
실무자도 『대생은 협상이 시작되면 「협상이 다 됐다」고 하고,
외자도입 오퍼가 오가면 「외자 들어온다」고 하는 등 실제보다
앞질러 발표했다』고 밝혀, 협상 자체가 처음부터 최 회장 구명용으로
이용됐다는 의혹을 더해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당시 수사진의 다른 검사도 『지난 5월 이정보 이수휴
홍두표씨를 구속한 후로도 로비받은 사람이 더 있을 것으로 보았지만,
(김태정 전) 총장이 옷 사건에 휘말리면서 정-관계 로비에 대한 확대
수사없이 그 선에서 중단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작년 말의
정황에 대해 『당시엔 (최 회장을) 연내 처벌하려 했는데 갑자기 「좀
더 기다려보자」는 것이 주류가 됐다』며 『이제와 생각하니 총장
부인에 대한 악성 루머와 사직동 내사 때문에 연기했던 것 같다』고
말해, 신동아 수사가 처음부터 로비와 경제논리, 그리고 「옷 사건」
등으로 파행의 연속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외압 의혹과 관련해 금품이 오갔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이른바 「최순영 리스트」 또는 「박시언 리스트」라는 이름 아래
직-간접 거론된 인사들도 한결같이 『만난 적은 물론,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내게 찾아올 일이 없었다』, 『본 적은 있지만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 『도와달라는 부탁은 있었지만 단호히 거절했다』고 주장하는
등 관련설을 강력 부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얼마나 적극적인
방법을 동원해 불법적 외압이나 로비가 있었는지를 규명하느냐가 관심사가
됐다. 김대중 대통령도 1일 사건을 「실패한 로비」라고 규정하면서도,
「책임질 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