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 난 쿠바 난민 소년이 워싱턴-아바나간 외교 갈등을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 길이 5 도 안되는 모터보트로 탈출을 시도했다가
배가 침몰한 뒤 사흘간 플로리다 해협에서 사투를 벌여 구조된
엘리안 곤살레스가 주인공이다.

엘리안은 엄마와 계부를 포함해 다른 쿠바인 12명과 함께 지난주
탈출선에 올랐다. 지난 23일 이 동력선이 뒤집혔고, 소년은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구명 튜브 하나로 버텼다. 엘리안은 이틀뒤인
추수감사절에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에서 3㎞쯤 떨어진 해상에서
발견돼 다른 2명의 생존자와 함께 해안경비대에 구조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엄마와 계부를 잃었다.

엘리안은 이미 플로리다에 정착해 살고 있는 친척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고, 미국 정부는 그의 미국 체류를 허용했다. 미국내 쿠바
망명객들은 "자유를 위한, 카스트로와의 투쟁의 상징적 존재"라며
소년을 떠받들고 있다. 이들은 '카스트로 압제'를 형상화하려는 듯
응급차에 실려가는 엘리안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를 만들었고, 30일
세계무역기구(WTO) 정상회의가 개막된 시애틀에 포스터를 가져가
세계 여론에 호소하겠다며 기세를 올렸다.

반면 쿠바는 외교 경로를 통해 엘리안의 송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쿠바에 있는 친아버지(31)도 미국에 방영된 TV를 통해 "엘리안이
필요로 하는 사랑을 듬뿍 주겠다"며 아들을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쿠바 외교부는 "미국이 난민들에게 보상까지 해주면서 이산가족을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고, 쿠바의 가족들은 "계부에 의해 납치됐다"고
주장했다.

엘리안을 보호중인 플로리다 친지들은 엘리안의 강제 송환에
대비해 이미 변호사를 선임해 둔 상태. BBC방송은 29일 "어떤 법정도
친부모의 양육권을 존중하게 마련"이라는 버나드 펌러터 변호사의
법적 주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