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땅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인도 땅 끝 티루만갈람에서 만난 리쉬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리듯
얘기를 꺼냈다. 서울에서 20여시간 비행 끝에 도착한 조그만 마을
티루만갈람.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타밀나두주의 소읍은 먼지로
가득했다.
인도 전통옷 사리를 입은 그녀는 화장용구를 만드는 `테디 엑스포트'사
`고참' 노동자다. 93년 아일랜드인 아만다 머피 사장과 함께 공장을 일으킨
다섯 주역 가운데 한사람. 먼지만 날리던 붉은 땅에 공장을 세운지 7년만에
300여명이 화장품회사 바디숍에 납품하는 마사지 기구와 헤어 액세서리를
만들어, 47개국 1700여 상점에서 팔고 있다.
공장 하나가 리쉬와 이웃 삶을 바꿔놓았다. 공장 수익으로 세운 학교에는
200여 어린이가 다닌다. 리쉬의 두 자녀도 이 학교에 다녔고 회사에서
지원하는 학비로 상급 학교에 진학했다. 학교에 한칸 세들었던 직원용 병원도
이젠 버젓한 제 건물을 가지고 있다.
"꿈도 못꿨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리쉬는 새삼 감격했다.
공장을 세우기 전 그는 기술도 배움도 없는, 다른 인도 여인들과 비슷한
처지였다. 동네 성냥공장에 다니던 그는 "딸아이를 업은 채 하루 12시간
노동으로 20루피(600원)를 벌었다"고 회고한다.
취재중 바디숍 아니타 로딕 회장이 영국서 날아왔다. 어린이들은
꽃다발을 묶었고 어른들은 케이크를 구웠다.
"우리 다섯명이 공장을 일으킬 때 아니타가 학교 지을 돈을
빌려줬어요."
리쉬와 아이들은 아니타의 손과 옷자락을 붙잡고 자기들이 일군 학교와
병원, 공장시설을 자랑했다.
(* 타밀나두(인도)=허인정 기자 ijheo@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