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의학사 115년의 흔적을 정리해 후세에 전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찹니다."
연세대 의대 박형우(43) 교수는 10년 간 공들여온 의학박물관을 오는
12월초 연대 대학병원 3층에 개관한다. 60평 규모의 박물관에는 8600여점의
유물이 전시된다.
알렌 박사가 1885년 발급한 최초의 진단서, 알렌 박사의 진료도구들,
1900년대 초반 최초의 의학 교과서 등 구한말 이 땅에 들어온 서양의학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들이 망라된다. 자료 중에는 1908년
서울 명동의 건재약국에서 발급한 약품구입 영수증과 약품전표, 해방 이후
정부 보건관련 문건과 전염병 예방 포스터 등 각종 출판물도 있다.
현재 의사학 과장과 박물관장을 겸하고 있는 박 교수는 80년대 말
군의관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후 '의학의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의사학자료실'을 찾았지만 자료가 부실하고 체계적 정리도 돼 있지 않았다.
"국내에 서양의학이 도입된 지 100년이 넘었는데 자료수집은 물론이고,
자료정리가 없어 놀랐습니다." 박 교수는 "서양의학의 발상지인 세브란스에서
이제부터라도 서양의학에 대한 자료를 모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후 자료를 찾아 전국을 헤맸다.
"수업과 연구를 병행하느라 새벽 2∼3시까지 자료 정리작업을 했어요.
우리 의학의 뿌리를 찾는다는 의무감에 힘든 줄도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