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2회전 기보를 하나 더 감상하고 8강전으로 넘어가기로
한다. 중-일 강자끼리 어울린 일전. 중국의 실질적 간판인
마샤오춘과, 일본에서 정상을 향해 치닫고 있는 히코사카가
마주 앉았다. 마 구단은 전년도 준우승자의 자격으로 1회전을
면제받아 이 바둑이 첫 판. 히코사카는 한국의 최규병 구단을
접전끝에 누르고 올라왔다.

초반 포석이 재미있다. 흑은 1, 3으로 중국식의 골격을 펼친 뒤
5, 7로 좌변에 하나씩 걸쳐 놓은 후 비로소 9를 차지했다. 9까지의
포진은 얼핏 보면 좌변을 제외한 모든 요소를 흑이 독점한 느낌을
준다. 6집 반의 큰 덤이 정착하면서 흑은 되도록 발 빠르고 스케일
큰 포석으로 싸움을 유도하는 추세의 반영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샤오춘은 10, 12로 착실히 실속부터 챙기고
본다. 10으론 「가」 또는 「나」로 협공해도 좋고, 12론 「다」
쯤으로 협공해도 한 판의 바둑이다. 확실성을 추구하는 마샤오춘의
기풍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 13은 도발적인 한 수로 자신감이
엿보인다. 상변 어딘가에 백이 갈라쳐 오면 받아쳐 싸우겠다는
뜻이다. 일감대로 「나」에 두면 참고도 14까지 단조로워 진다고
본 것. 마샤오춘은 그러나 14로 우하 쪽에서 먼저 칼을 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