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은행잎들이 가로에 지천으로 깔려 마음을 요사스럽게
하던 어느날 오후, 소설가 성석제(39)가 전화를 걸어왔다. 물론
약속은 돼 있었다. 우리는 I·M 다방에서 만났다.

그는 이달들어 8번째 소설집 '홀림'(문학과지성사 간)을 냈고,
여러 지면에서 크게들 소개한 뒤끝이었다. 시기를 놓친 것 같기도
했지만, 그러기에 되려 그의 반응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 있었다.

"한바퀴 돈 것 같습니다. 바닷가를 돌았으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고 통 속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직경이 한 1500 킬로미터쯤
되고, 높은 벽이 있는 그런 통 속을요."

서로 괜히 픽픽거리며 웃다가, 그는 평소 즐기지 않던 선문답식
화법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번 '홀림'은, 미리 써보는 성석제 문학연보에 어떻게 놓일 것
같습니까.

"2000년을 두달 정도 앞두고 나온 책일 뿐입니다. 책은 그저
묶였다는 느낌입니다. 그보다는 각각의 작품에 대한 애증이 더
서려 있죠."

86년 시인으로 등단, 94년부터 소설을 써온 성석제는 소설집으로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재미나는 인생', '새가 되었네',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 '호랑이를 봤다' 그리고 장편
'왕을 찾아서', '궁전의 새' 등을 냈다.

8편의 단편을 묶은 이번 '홀림'에 대해 작가는 "모두 인간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세속의 다양함을
숭상한다"는 생각도 여전하다고 적었다.

문학평론가 김만수씨는 "성적제의 소설에는 느끼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비극성, 생각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희극성이 뒤섞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녹차. 기자는 대추차. 찻잔이 비자 그는 물을 시킨다.
얼굴을 가까이 디밀고, 대뜸 물어본다. 왜 써요?

"안 쓸 이유가 없잖아요. 우선 나는 놀지, 심심한 것은 못 참지,
얘기 좋아하고 듣기 좋아하지, 게다가 원고료 주면서 써달라니
안 쓸 이유가 별로 없지요."

성석제는 최근 연재를 끝내고 다음 작품을 궁리중이다.

(*김광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