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데이빗 쉬머)은 25살 백수 청년이다. 이 건축가 지망생은 덤덤한
무색무취 인간형. 확신도 자신감도 없다. 그의 고교 동창생 어머니라며
중년 과부 루스(바버라 허시)가 전화를 걸어온다. 그녀는 아들이 죽었다며
탐에게 장례 추모사를 부탁한다. 전혀 기억이 나지않는 친구인데도 그는
장례식에 참석해, 원제대로 관을 들어준다. 탐은 루스와 관계를
맺게되지만, 7년만에 만난 고교 동창생 줄리(귀네스 팰트로)에게 빠진다.

96년작 `졸업'(The Pallbearer·27일 개봉)은 명백하게도 67년 마이크
니컬스 명편 `졸업(The Graduate)'을 닮았다. 대학을 나와 사회 진출을
앞둔 청년의 두려움과 통과의례. 처진듯 좁은 어깨를 지닌 TV 스타
데이빗 쉬머는 더스틴 호프먼처럼 꺼벙하다. 미세스 로빈슨 같은 중년
여인, 그리고 상큼한 젊은 여자 사이에서 헤맨다.

재기발랄했던 67년작에 비하자면 `졸업'은 걸음이 무거운 편이다. 큰
기복없이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러면서도 오해에서 비롯하는
인간관계, 등장인물 캐릭터들이 흥미롭다. 영화는 그들 사이 미묘한
감정변화를 따라가는 데 주력한다.

귀네스 팰트로는 독립적이면서도 남의 처지를 생각할줄 아는 여자를
연기하며 특유의 풋풋한 매력을 발산한다. 30년전 캐서린 로스 못잖다.
출연하는 영화마다 이미지가 전혀 달라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토니
콜렛이 주인공의 친구 애인으로 출연했다. 누가 그녀를 보고 `식스
센스'의 아이 어머니를 연상할 수 있을까.

`졸업'은 20대를 내세운 성장영화다. 하지만 10대도 그렇지않을
세기말에, 저리도 순진 나약한 20대가 브루클린에 있을까 싶다. `졸업'은
다분히 TV적이고 소시민적이다. 그러다보니 번쩍이는 스파크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