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장악' 문건 사건 수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검찰은 문일현 중앙일보 기자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복원작업에서 사건의
물증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장악 문건과 사신 3장의 원본을 찾아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문건의 작성동기나 경위는 웬만큼 밝혀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상명 서울지검 2차장은 "피고소인인 정형근 의원을 조사하는 일을 빼고는
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을 곧 소환할 방침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검찰은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를 13일 다시 불러 문건을
보고 받았는지 여부와 문건을 전송받은 시기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벌였으며,
문 기자를 이날 밤 7시 30분쯤 귀가조치했다.

이에 따라 '정 의원 소환조사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검찰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물증 없이 양측의
진술로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수사를 이대로 종결짓는다면 '말잔치'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검찰은 문 기자를 추궁한 끝에 하드디스크 원판을 12일 오후 베이징에서
공수해오자 기대에 부푼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정 차장은 하드디스크
원판 확보 사실을 알린 뒤, "지운 부분이 많지만 (복원은) 시간 문제"라고
밝혔다. 복구 6시간쯤 지난 자정쯤 수사팀은 구수회의를 한 다음 밝은
표정으로 전원 귀가했다. 한 관계자는 "(문 기자가) 문건을 지난 6월 23일
오전 11시쯤 작성을 끝내고 나서 즉시 사신을 작성해 문건만 2시쯤 먼저
전송했으며, 사신은 5분 후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다음날인 13일 오전부터 달라졌다. 정상명 차장은 "극히
일부만 복구했고, 덧씌우기 작업을 많이해 (내용 복원이) 어렵다"고 했다.
이날 오후 문서작성 프로그램 제작회사인 삼성소프트 기술진 두 명이
보강됐지만, '불가능하다'는 점만 확인했다.

이런 사정과 문 기자가 '이중 장치'를 했을 정도로 증거 인멸에 신경을 쓴
점 등으로 미루어 사신에 언론장악 의도와 작성 경위를 암시하는 '중요한
내용'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또 검찰이
하드디스크 운송과 복구 작업 등 과정을 공개하며 투명한 수사임을 내비치려고
노력했지만, 과연 물증 확보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강한 의문이 남는다.
사신 복원작업도 끝나기 전에 문 기자를 귀가시킨 점도 의문점 중의 하나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기술적 한계였다'고 설명했다. 문건과 사신의 작성시간,
팩스 전송시간이 나와 있는 목록파일의 복원은 성공했으나, 문건 자체는
'완벽하게' 훼손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얘기다. 검찰은 문 기자가 문건을
작성-전송할 때 사용한 '훈민정음' 프로그램의 팩스(fax)관리기 목록을
복원해 '성공적 개혁 추진을 위한 외부환경 정비방안'이라는 '언론장악'
문건과 사신의 제목, 정확한 작성-전송시간을 찾아냈다고 했다. "그 후 이 두
개의 파일을 추적해 문서파일을 열어보았으나 엉뚱한 내용만 발견했다.
제목과 관련이 있을 만한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은, '아마추어' 실력으로는 불가능한 작업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통상 파일을 덧씌울 경우, 원래 파일에 겹쳐질 파일의
용량이 정확히 맞지 않으면 '자투리'가 남는데 문 기자의 컴퓨터
지식수준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덧씌우기가 시행된 날짜가 하드디스크
교체일과 동일한 11월 2일이라는 점으로 미뤄보아도 문 기자를 도와준
'전문가'가 있었을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