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전 어린아이들을 해외로 내몰았던 한국은 돌아오는 자식들에게도
너무 무관심해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기독교연합회관 14층. 해외입양 한국인 권익단체인
「골」(GOAL: Global Overseas Adoptees' Link) 사무실. 이 단체 사무총장
진인자(28·여·미국명 에이미 납스거)씨는 4살 때 미국 미네소타주 한 중산층
가정에 입양됐다. 10살 때 양부모가 이혼하는 불운을 겪었고, 17살때 함께
살던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 다시 혼자가 됐다.
『대학을 마칠 무렵 문득 뿌리에 대한 의문이 일더군요. 생년월일과
진인자라는 한국이름, 부모 미상이라고 적힌 기록만이 유일한 단서였습니다.』
진씨는 96년 2월 입양증서 한 장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하지만 25년만에
찾아온 「어머니의 나라」 한국은 낯선 타국이었다.
『어딜가나 한국인이면서 한국말도 제대로 못한다는 핀잔 뿐이더군요.
어디서 어떤 도움을 얻을지 몰라 눈물을 삼키고 돌아다녔습니다.』
생계를 위해 영어학원 강사직을 구했다. 입양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홀대받기 일쑤였다. 어렵사리 친부모라는 사람을 소개받기도 했지만 DNA결과
친자관계가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진씨는 입양아들의 뿌리 찾기를 돕는 단체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평소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던 입양인 출신 친구들 4명과 뜻을 모았다.
준비모임을 갖고, 영자신문과 입양인들이 많이 오는 대학가 어학당 벽에
첫 모임을 알리는 광고를 냈다.
98년 6월 두번째 토요일 이화여대 사회복지관에서 있은 첫 모임에는 20여명의
입양인들이 모였다. 매달 모임을 지속했다. 소식지와 모임소개 책자도
발간했다.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net.co.kr./goal)도 개설했다.
현재 회원은 해외 입양 한국인 20여명과 자원 봉사자 500여명. 세계 각지의
입양 한국인들에게 친부모를 찾기 위한 자료와 도움을 제공한다. 골을 통해
친부모를 찾은 입양인은 24명. 모국을 찾은 입양인들에게 숙박시설과 직장을
주선해주기도 하고 비자연장, 통역 등에 관한 일도 돕는다.
진씨는 지금까지 보건복지부에 3차례 법인 설립 허가를 요청했지만,
『외국인이어서 곤란하다』, 『꼭 필요한 단체냐』는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자기 뜻에 상관없이 한국을 떠난 입양인들도 이 땅의
자식들이에요. 정부와 사회가 열린 마음으로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