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기술자' 이근안씨에게 고문을 지시한 '배후 인물'이 있는지,
있다면 누구인지를 밝히기 위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씨를 수사중인 서울지검 강력부(부장 문효남)는 11일 지난 85년
당시 민청련 의장 김근태(현 국민회의 의원)씨 고문사건과 관련, 이씨와
함께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근무했던 유모(당시 경정), 김모(당시 경감),
백모(당시 경감)씨 등 3명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당시 이근안씨에게 고문을 지시했는지, 함께 고문에
참여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이씨는 88년 말
김근태씨로부터 음지의 고문기술자인 '반달곰''박중령'이란 이름 등으로
쫓기게 됐다. 이씨는 잠적 며칠 뒤 당시 검찰총장 앞으로 편지를 보내
"나는 김근태를 조사한 일조차 없다"고 고문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임양운 서울지검 3차장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의 진상을
낱낱이 밝힌다는 차원에서 고문 배후수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공소시효가 만료된 만큼 혐의가 드러나더라도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씨의 도피를 지원하거나 방조한 동료 경관 등에 대한 수사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이씨에게 도피자금을 지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씨와 가족의 금융계좌 입출금 내역을 추적하고
있다.

해외도피 여부에 대해, 검찰은 '중국 베이징(북경) 한경빈관에서
이근안씨를 봤다'는 제보를 해온 제보자 3명을 조사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제보자들이 본 인물이 이근안씨와
용모는 대체로 비슷하지만 키, 말투, 귀옆의 사마귀, 치아 모습 등
세부적인 부분이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이씨가 은신중 썼다는 감성서에서 '성경공부를 하도록
권유받았다'고 밝힌 '한 형제'는 그의 손위 처남인 신모(74)씨라고
밝혔다. 모 교파의 장로인 신씨는 90년 7월 일원동 공무원 임대아파트에
은신하고 있던 이씨를 수차례 찾아가 종교에 귀의할 것을 권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씨는 용두동 현 주거지로 옮겨온 후인 96년 10월
신씨의 부인으로부터 '교리서' 등의 지도 자료를 받아 성격을 공부했다고
검찰은 말했다. 검찰은 이씨 부인 신씨가 처남으로부터 공부에 필요한
서적들을 받아와 이씨에게 건네줬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신씨 부부가
이씨의 은신처를 찾아와 만났으며, '제 3의 장소'에서 만나거나 은신을
도와준 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근안씨로부터 83년 고문을 당한 함주명씨를 대리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 13명이 낸 고발사건을
서울지검 강력부에 배당, 공소시효 등에 대한 법률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변호사들은 "고문과 위증에 대한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고문 등 반인륜적 범죄는 국제관습법상 공소시효가 배제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