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 "전쟁상황 이해를"...관통상-실명의 참상 미전역에 전해 ##
미국교회협의회(USNCC)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한 노근리 사건 피해자들이
미국의 언론 앞에서 이 사건의 참상을 직접 알렸다.
10일 오후 2시(현지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시내 중심가의
「올드 스톤 교회」 응접실. 정은용(76) 노근리 사건 대책위원장을
비롯한 피해자 5명은 한국전 참전 미군 3명을 소개받았다. 한 사람은
지난 4일 대전에서 만나 이들과 5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고, 화해와
용서의 시간을 가졌던 에드워드 데일리(68)씨였다.
피해자들은 제1기갑사단 7연대에서 상사로 참전했던 로버트 그레이(74)
예비역 소령에게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노근리 사건 당시 어느 지역에 주둔했나.』
『노근리 학살에 참여했나.』
그레이씨는 『노근리에서 북쪽으로 꽤 떨어진 곳을 방어중이어서 양민
학살 사실은 몰랐다』며 『군복 위에 흰옷을 입은 인민군들이 나에게
총을 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레이씨는 『내가 소속됐던
제7기병연대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전쟁 상황이었던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조사는 정직하고 편견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등병으로 참전했던 도널드 다운(68)씨도 『노근리 사건 현장에는
없었다』고 증언했고, 『전쟁 상황이었음을 이해해달라』고 간곡히
얘기했다.
정 위원장은 『그레이씨와 다운씨는 노근리 사건의 직접 관련자가
아니어서 부담도 책임도 없는 사람』이라며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오후 4시에는 같은 자리에서 ABC, CBS, NBC 등 미국의 주요방송사,
AP통신 , 클리블랜드 지방 방송과 신문 기자 4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렸다.
『부모와 함께 굴다리를 탈출하다 왼쪽 옆구리에 미군이 쏜 총을 맞고
관통상을 입어 창자가 튀어나왔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지금도 배가
아프다.』(금초자·60)
『미군들이 철길 위에 피란민을 몰아놓고 전투기로 폭격하는 바람에
왼쪽 눈을 잃었다.』(양해숙·62)
피해자들이 상처를 보여주자 카메라들의 플래시가 한꺼번에 터졌고,
이 장면은 이날 밤 미국 전역에 방송됐다. 데일리씨는 금초자씨가
허리의 상처를 카메라 앞에 내보인 후 눈물을 글썽거리자, 그녀를
껴안으며 『이제 우리는 친구』라고 위로했다. 피해자들은 데일리씨에게
『다시 한번 노근리로 초청하겠다』고 했고, 데일리씨는 『같은 부대
동료 2명을 더 데리고 한국에 가겠다』고 약속했다.
정구도(44·정 위원장 아들)씨는 『데일리씨가 다른 가해자들과
찾아오면 진실을 듣고 화해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며 큰 기대를
표시했다.
정 위원장은 3시간여에 걸친 피해자들과의 대화와 기자회견이 끝난
후 『노근리 사건이 투명하게 조사되고 잘 수습될 때 피해자와
가해자간에 진정한 화해가 이뤄지고, 한-미 양국 우호관계가 더
돈독해질 것』이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 클리블랜드(오하이오)=박중현기자 jhpark@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