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5년 고려 역사를 다시 쓴다.

KBS는 2000년 특별기획 대하 역사드라마 '태조 왕건'을 시작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고려왕조(918∼1392년)를 새롭게 조명하는 사극
시리즈를 잇따라 내놓는다.

조선왕조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드라마화 됐지만, 고려사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외면돼 왔다. 고증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고려사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도 한몫했다. 역성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조선왕조가 전 왕조인 고려를 부정했기 때문이다.

KBS가 문경새재에 35억원을 투입해 대규모 '태조 왕건' 오픈

세트장을 건설키로 하고, 10일 현지에서 상량식을 가진 것은 이같은

원대한 계획의 일부이다. 이날 행사에서 박권상 KBS사장은 "단순히

고려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요청하는 정신과 리더십을

제시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북 문경시 문경읍 상촌리 속칭 '용사골'에 건립 중인 오픈세트는
총 2만평 부지에 25억원의 비용이 투입되는 대역사. 한국 드라마 사상
유례가 없는 규모이다.

연인원 3000여명이 투입돼 개성 고려궁을 비롯, 기와집 42채,
초가집 40채를 건립, 통일신라말기와 후삼국시대, 고려초의 풍경을
재현해 낼 예정이다. 제작진은 철처한 고증을 거쳐 단청 하나 벽돌
하나에도 역사의 숨결을 불어 넣으려고 애썼다고 밝혔다. KBS는
문경시와 10년 계약을 체결, '태조 왕건'을 시작으로 앞으로 4∼5편의
드라마를 모두 이 곳에서 소화할 계획이다. 문경시는 세트장을
관광명소로 영구보존할 예정이다.

김종선PD는 "고려는 외세의 도움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통일의
대업을 이룬 국가"라면서 "후삼국시대의 분열되고 흩어진 민심을
모아 민족의 정기와 자존을 세운 왕건은 분단된 조국현실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KBS는 왕건에 이어 고려의 각종 제도를 완비하고 국가의 기틀을
세운 광종과 무신의 난, 고려말 혼란기 등을 차례로 드라마화할
예정이다.

'태조 왕건'은 세트가 완성되는 대로 12월초 촬영에 들어가 2000년
3월3일 첫회 분이 방송된다. 태조 왕건 역에는 최수종, 궁예와 견훤
역에는 김영철과 서인석이 각각 캐스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