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문건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정상명(정상명) 서울지검
2차장이 9일 모처럼만에 활짝 웃었다. 종전처럼 말은 아꼈지만 밝은
표정이었다. 5층의 형사3부 사무실과 11층의 특별조사실을 오가는 수사팀도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직접 조사를 못해 애를 태우던 중앙일보
문일현(문일현) 기자가 자진 귀국했고,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물증]을
확보할 단서를 잡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검찰은 문 기자에 대한 직접 조사에서 상당한 진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명 차장도 {문 기자가 매우 진지하게 조사받고 있다}고 전했다. 문

기자는 형사3부 오세헌(오세헌) 부부장 검사와 오해균(오해균) 검사로부터

100여개 신문사항에 대해 강도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전날에 이어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검사들까지 전원이 밤늦게까지 남아 간간이 메모지와

참고자료를 들고 부산하게 5층과 11층 조사실을 오르내리는 장면이 수시로

목격됐다.

검찰은 특히 문건 작성 동기를 집요하게 추궁했다. 검찰은 그동안 {문건 작성
동기가 이번 사건의 본질을 가리는 열쇠}라고 강조했었다. 그러면서도 문
기자의 진술 내용 공개는 꺼리고 있다. 정 차장은 {문 기자를 제외한 사건
관련자들이 얼마나 궁금해 하겠느냐. 그러나 문 기자 진술 내용은 대부분
매우 민감한 사안이어서 지금 단계에서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입을 닫았다. 그는 문 기자가 종전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지, 일부
대목에서는 태도를 바꾸었는지 조차도 {수사기법상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 기자가 왜 그 시점에 문건을 작성했는지 ▲혼자서 작성했는지
▲작성 과정에서 제3, 제4의 인물들과 상의했는지 ▲상의했다면 그들이
누구인지 ▲왜 이종찬 부총재에게 보냈는지 ▲이 부총재가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해줄 것을 기대했는지 등 핵심 의혹에 대한 수사진행 상황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정상명 차장은 그러나 {파일을 완전히 복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지나친
기대를 하지 말아줄 것을 주문했다. 검찰은 이날 밤 문기자가 사용하던
노트북 컴퓨터에 대한 복구작업을 벌였으나, 훼손이 심한 일부 파일은 복구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트북은 중앙일보 베이징 특파원과 대한항공
직원을 통해 이날 오후 5시쯤 검찰에 넘겨졌다. 검찰은 중앙일보 관계자들
입회하에 [컴퓨터 범죄 추적반] 직원들을 동원, 밤늦게까지 복구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다 끝나봐야 알겠지만 예상보다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완전 복구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문 기자는 {문제가
될 만한 파일들은 모두 지웠다}고 말해왔고, 정상명 차장도 이날 오후 {문
기자가 [파일들이 원형대로 보관돼 있지 않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문 기자를 상대로 왜 문건을 지웠는지, 파일을 복구할 다른 방법이
없는 지를 캐물었다. 특히 검찰은 편지 3장의 내용에 따라 [왜 문건을
작성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지운 파일에 무슨
내용이 담겨 있는 지 중점 조사했다.

검찰은 또 문 기자가 지난 8월21일부터 10월20일까지 친구인 SK상사
김모(41) 부장의 핸드폰을 빌려 국내 인사들과 통화한 내역도 확보했다. 통화
횟수는 190여 차례. 검찰은 여기엔 전화번호와 통화시간 등이 기재돼 있어, 문
기자가 구체적으로 누구와 통화했는지는 일일
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문 기자에 대한 조사 상황에 대해 철통보안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가
이틀째 밤샘조사를 받고 귀가하는 10일쯤엔 어느 정도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