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길먼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장(뉴욕) 등 9명의 공화당
중진의원으로 구성된 '북한 자문단'은 3일 발표한 대북정책 보고서에서,
"94년 체결된 미-북 제네바 핵합의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 동안,
핵무기 등 북한의 종합적인 위협은 더욱 증대됐다"고 주장했다.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공화·뉴욕)에게 제출된 74쪽 분량의
보고서는, 또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어기지 않으면서 우라늄 농축시설
등을 통한 '제2의 길'을 통한 핵연료 확보 가능성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자문단은 해스터트 의장의 지시에 따라 지난
8월 구성됐으며, 이 보고서는 클린턴 행정부의 입장을 담은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의 '페리 보고서'에 대응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공화당 보고서는 북한이 일본과 유럽 등지로부터 핵무기 개발용으로
전용 가능한 이중 용도의 시설 구입 노력을 계속하는 등 우라늄 농축기술
획득과, 작년 11월에 실시된 고폭 실험을 비롯한 지속된 핵관련 실험
등으로 미뤄볼 때 북한의 핵무기 개발 노력이 중단됐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5년 전과 달리 북한은 생화학무기, 핵무기 등을
탑재한 미사일로 미국을 가격할 수 있다며, 북한을 러시아, 중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미사일 확산 위협이 가장 큰 나라로 분류했다.
보고서는 소련 붕괴 후 미국은 이제 소련을 대신해 북한에 대한 최대
원조국으로 등장했으며, 북한 주민의 3분의1을 먹여 살리고 중유 수요량의
거의 절반을 공급하고 있지만, 배분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려는 백악관의 계획은
국제 안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북한의 능력을 확대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공화당 보고서는 현 정부의 정책을 대체한 '대안'을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으며, 북한의 핵활동에 대한 구체적 증거도 공개하지 않았다. 해스터트
의장은 보고서 공개 후 기자회견에서 "클린턴 행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북한은
핵계획을 중단하지 않았다"며 "이번 보고서는 현 미국의 대북 정책이 엄청난
결함을 갖고 있다는 현실을 확인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인도적
지원이 북한이라는 억압적 독재정권 유지에 사용되고 있다"며 "내년초 보다
효과적인 북한정책을 담을 입법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길먼 위원장 등은 국제관계-군사-정보위 등 하원의 관련 상임위별로 북한
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설정, 내년초부터 본격적인 대북 청문회를 개최해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의 문제점을 본격적으로 파헤쳐, 내년 4월까지 관련
법안을 하원 본회의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북한 문제는 내년
11월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 등으로까지 이어지는 미 국내 정치일정에서
주요한 논란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한편 백악관의 조 록하트 대변인은
공화당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데 대해 "페리 보고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전제, "이에 대해 이견이 있는 사람들은 건설적인 구상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도 미국은 북한의 위협을
완화하기 위해 한국 및 일본과 열심히 노력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
약속을 받아냈다고 말하고 제네바 핵합의를 "매우 훌륭한 협정"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하원 국제관계위 간사인 샘 게젠슨(코네티컷주)의원은
"자문단(Advisory Group)이 제출한 보고서에 '권고(Advice)'가 어디로
사라졌느냐"며 "유감스럽게도 공화당측은 건전한 대외정책 결정보다는
순수한 당파적 정치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페리
보고서야말로 한-일 우방국의 완전한 지지를 받는 균형잡힌 정책"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