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통신 안전지대는 더 이상 없다.' 전 세계의 전화,팩스,
이메일 등 유무선 통신을 감청하는 '이셜론(ECHELON·단계)'의 존재가
영국 BBC 방송에 의해 확인됐다.

BBC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공조하는 세계적인 통신 감청망
이셜론이 지난 1948년 공산권 국가에 대항하는 국가안보 차원의 정보전
무기로 출범했으나, 냉전 이후에도 테러 등 국제 범죄 저지라는 명분하에
세계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미국과 영국은 그동안
이셜론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 왔으나,지난해 1월 유럽의 한 저널리스트가
유럽연합(EU) 의회에 이셜론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데 이어,호주 정보기관의
한 관계자가 최근 그 존재를 시인했다고 BBC는 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매릴랜드주 포트 미드의 국가안보국(NSA)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셜론은 음성을 인식하는 초고성능 컴퓨터를 사용,시간당
최고 200만건의 통신 내용을 감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통신망은 영국
정부의 통신 본부와 호주 방위 통신대 등 우방국 정보 기관과 세계 각지의
미국 감청기지를 인공위성으로 연결,음성인식 장치와 단어검색 시스템을
통해 단어나 내용별로 필요한 통신 내용을 읽어 들인다는 것이다. 일례로,
영국 해로게이트 북부의 노스 요크셔에 있는 초대형 골프공 모양의 '레이돔'
30개는 영국내에서 운영중인 미국의 최첨단 감청기지라고 BBC는 전했다.

그러나 마약과 테러 등 국제범죄 적발이 주임무인 이셜론은 기업 활동 등
민간부문 감청에도 간여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실제로,
미 국가안보국은 프랑스의 한 기업과 브라질 정부간의 전화 협상 내용을
감청,이를 미 기업에 건네줘 레이더 판매 수주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밥 바 미 하원의원(공화당)은 이셜론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제안했고,영국 자민당(LDP)의 노먼 베이커 의원도 멘위드 힐
감청 기지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사용될 뿐이라며 조사 의지를 피력했다.
밥 바 의원은 조만간 영국을 방문,이에 관한 양국 의회간 공조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