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가 국정원측의 승인 또는
허락없이 남북관계 등에 관한 문건을 반출했다는 사실을,
국정원이 2일 비공식적으로 언론에 확인해줬다. 전직
국정원장의 일이므로 그냥 덮고 지나갈 수도 있을 법한데 그러지
않았다.

국정원은 이에 앞서 1일 밤 이 전원장의 여의도 사무실을 수색,
이 전원장이 반출한 문건을 회수했다. 전직 원장에 대한 예우를
강조해온 국정원의 이같은 행동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로 인해 2일 여권내에선 이 부총재의 정치적 운명에 대한
여러가지 얘기들이 나돌았다. 인책설, 인책을 넘어 법적
책임까지 물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등 다양한 관측이 제기됐다.

당원권 정지, 출당 등의 얘기까지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관측들은 성급하다는 게 여권 핵심부의
기류였다.

이 부총재에 대한 여권 내부의 기류가 곱지않은 것은 사실이다.
문건 작성경위는 물론, 문건 유출, 해명과정에서 전직
정보기관의 총수답지 않게 말 바꾸기 등으로 신뢰를 잃었고,
덩달아 여권도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 부총재가 중앙일보
문일현 기자로부터 언론장악 문건 뿐 아니라 추가로
몇가지 문건을 더 받은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여권은 한층
곤혹스러워졌다. 여권 핵심부가 정치적으로 이 부총재를 버릴
것이란 관측은 이래서 나왔다.

그러나 여권 핵심인사들은 좀 다르게 말했다. 무엇보다도
김대중 대통령은 이런 류의 사건이 생겼을 때 정치적
희생양을 만들기보다는 진상 규명 등 절차를 밟아나가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진상을 규명한 결과 정말 책임질 일이
드러난다면 물론 문책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정원 문건
유출의 경우는 규정 위반이지 법 위반사항은 아니라는 게 청와대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이 부총재측은 문서 반출시
실무진간에는 얘기가 있었다고 해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부로서는 전직 정보기관장을 매장할 경우의 정치적
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 부총재
처리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며 일단 3일 검찰의 조사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