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인현동 화재사고 발생 이틀째인 1일 인천지역 34개 중-고교
학생들은 학교에 나와 화재로 참변을 당한 친구 50여명의 죽음을
애도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아이들이 떼죽음을 당한 건
어른들의 책임』이라며 울부짖는 바람에 수업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1일 오전 8시50분 화재사고로 9명의 학생이 숨진 인천여상에서는

수업을 시작하기 전 교내방송을 통해 교내 추도식이 열렸다. 국어담당

한순성(46) 선생님이 추도사를 읽어 나가는 동안 학생들은 한사람씩

손으로 입을 가렸다.

『아름아, 상희야, 경미야 안녕, 다시 만날 때까지 잘 가거라.』

친구들의 이름이 하나씩 불려지자 눈물을 참으려 이를 깨물었던
학생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책상에 얼굴을 파묻었다. 다섯명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3학년2반에서는 책상 곳곳에 조화가 놓여 있었다.

학생들이 넋을 잃어 이날 하루종일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증권회사에 예비 합격해 2일 최종 면접을 앞두고 숨진 한아름(18)양의
친구는 『아름이가 성격이 좋고 공부를 잘해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좋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3학년5반에서는 숨진 김태연(18)양의 친구 이정미(18)양이 슬픔을
참지 못하고 울다 끝내 정신을 잃어 병원에 실려갔다. 중상으로
인천시립병원에 입원한 3학년2반 최지성(18)양의 담임 권경순(42) 교사는
지성이가 병원에서 선생님을 보고 싶어한다는 전화를 받고 서둘러
교무실을 나섰다. 권 교사는 선생님은 『졸업식 때 「항상 푸른 꿈과
이상을 갖고 상록수처럼 살자」는 말을 하려고 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일부 학생들이 「친구들이 죽은 것은 어른들 때문」이라며
울부짖어 선생님들이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인천 박문여중 3학년 신반 구명수(43) 교사는 1일 제자 이아름(15)양의
죽음을 애도하며 『학생 지도를 잘 하지 못한 죄로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양은 친구 이윤정(15·3학년 진반)양과 고진미(15·3학년 신반)양
등 2명과 함께 30일 저녁 「라이브 Ⅱ」호프집에 갔다가 윤정양과 함께
참변을 당했다. 구 교사는 『아름이가 성적도 우수하고 바른생활 부장을
맡을 정도로 착한 아이였다』면서 『아름이는 무남독녀 외동딸로 밝게
자라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았다』고 침통해 했다.

화재사고로 숨진 청소년들의 가족들은 인천시측이 31일 밤 합동분향소를
인천 종합운동장 내 체육회관 강당에 설치하자 『55구의 시신을 안치하기에는
너무 좁다』고 반발했다. 인천시는 1일 유족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알뜰시장이
열리고 있는 인천시 도원동 실내체육관에 분향소를 설치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알뜰시장이 2일 오전에 끝나 합동분향소는 2일 오후에나 새로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 사고대책본부는 사망자에게 1인당 35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인천 중구 이세영 구청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삭발한 채 구청 청사에
모습을 나타내 『참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와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한 것』이라고 삭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비난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깜짝쇼」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었다.

(* 인천=최재용기자 jycho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