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6시55분쯤 인천시 중구 인현동 4층짜리 상가건물 지하 노래방
공사장에서 불이 나 이 건물 2층 호프집에 있던 손님 등 55명이 숨지고 78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에는 중화상자가 많아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불은 30여분 만인 오후 7시30분쯤 진화됐으나 지하에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유일한 출입구인 목조계단을 타고 순식간에 2∼3층으로 번지면서 사망자
대부분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특히 2∼3층으로 통하는
계단 벽 내장재가 스티로폼과 목재로 만들어져 불길을 더욱 거세게 만들고
유독가스를 뿜어내 피해가 컸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고교생들로, 이날 축제를 마친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이 많이
몰려와 인명피해가 컸다. 인천시 교육청은 사고 당시 이 호프집에 인천시내 34개
중-고교생 115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으며, 이중 52명이 숨지고 63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1일 밝혔다.

사상자들은 인천 길병원, 인하대병원, 서울 순화병원 등 10여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대부분 주민등록증이 없는 10대 중-고교생들이어서 신원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은 지난 25일부터 내부수리 중인 건물 지하 노래방 공사장에 있던 시너통이
폭발하면서 일어나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옮아붙었다. 불길이 치솟자 1층
음식점에 있던 손님 등 20여명은 모두 대피했고, 3층 당구장에 있던 손님
10여명도 창문을 깨고 7 아래로 뛰어내려 다리 골절상 등을 입었으나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2층 호프집은 창문쪽을 패널 등으로 가려놔 비상구를
찾지 못한 손님 120여명이 건물 안쪽 주방과 화장실 등으로 피하다가 유독가스에
질식,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 사상자들은 호프집 출입구 반대쪽 주방에 50여명,
화장실과 테이블 사이 통로에 20여명씩 무더기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서울 순화병원에 입원한 박모(17·인천 S고 2년)군은 『출입구 쪽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와 불길이 번지기 시작했다』며 『불이 나는 순간 전기가
나가면서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고 출구를 찾느라 넘어지고 서로 밟아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노래방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임모(15)군은 경찰에서 『물이 있는
바닥에 전기선에 연결된 채 깨진 전구가 있었고, 전구 근처에 시너통과
페인트통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깨진 전구의 필라멘트가 물과
접촉하면서 합선돼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다. 경찰은 31일 노래방
공사현장의 설계기사 마모(24)씨와 신모(36)씨 등 5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층 호프집 주인 김석이(33)씨는 사고 직후 달아났다. 2층 호프집은 올 3월
구청에 폐업신고를 했으나 7월 김씨가 넘겨받아 다시 영업을 시작했으며, 지난
22일 무허가 영업이 적발돼 폐쇄명령을 받았으나 이를 무시하고 영업을 계속하다
8일 만에 대형 참사를 빚었다. 생존자들은 『이 업소가 학생들을 출입시키면서
주민등록증 검사를 전혀 하지 않아 학생들이 자주 찾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