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으로 팥빙수 맛보고, 63빌딩 구경 갈래요.”
지리산 아래 산골 학교 전북 남원 덕과초등학교에 다니는 규상이
(12·5학년)는 마음이 설렌다. 학교 언니랑 동생들과 함께 다음주에
'서울 구경'을 떠나기 때문이다. 이 학교 전교생 34명은 11월4일
서울 동숭아트홀에서 열리는 전국 어린이 연극경연대회에 참가한다.
서울 땅을 처음 밟는 어린이가 전교생의 절반 이상이다. 지난 봄
전교생이 나선 광주 소풍길에서 백화점 에스컬레이터를 하루종일
타고 싶어했고, 입체영화로 'ET'를 보면서 스크린쪽으로 손을
내밀었던 산골 어린이들이다.
아이들이 무대에 올릴 연극은 '21세기 놀부전'. 지난 8월말부터
매일 오후 한시간 30분씩 운동장에서, 비가 오면 4학년 교실에서,
전교생이 모여 대본을 외고 연기를 익혔다. '지지배배'라는
감마별에서 우주선을 타고 온 외계인이 지구의 흥부와 놀부 가족과
벌이는 환경보전을 주제로 한 오락극. 흥부전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의
성격과 역할을 21세기에 맞게 각색했다.
공해가 없고 착한 사람만 사는 감마별 세계와 심각하게 오염된
지구의 놀부가족의 심술을 비교하면서, 지구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대본과 연출, 무대장치는 신은영(33.여)
교사가 맡았고, 의상과 소품은 황인순 교장(57) 등 교직원 9명이
만들었다.
학부형들은 삶은 밤과 햇 과일들을 들고 와 아이들을 응원했다.
동네에서 낯선 어른을 만나면 숨기부터 하던 1학년 명인이는 연극을
하면서 또렷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의욕이 적었던
5학년 강수는 공부에 흥미를 갖게 됐다.
아이들의 서울 연극공연은 덕과면이 생긴 뒤 가장 큰 행사여서
벌써부터 면 전체가 술렁인다. 지난 16일 남원 흥부제 때 첫 공연을
하면서 나래이션을 맡은 1학년 지인이와 놀부 부하 로봇을 맡은
4학년 수진이가 목이 쉬어, 학부형과 교사들을 애타게 했지만
시민들은 뜨거운 박수로 아이들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