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에게 언론장악 보고서 를 제보한 평화방송 이도준 차장은 정치부 기자 생활을
오래해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등 정치인들과 두루 교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한동안 청와대를 출입했고, 국회 출입기자 시절엔 기자 축구단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언론사 선후배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차장은 지난 9월 17일 자신이 출입하던
정보통신부의 기자단 정책토론회에서 어느 기자에게 언론계 빅3을 총선전에 휘어잡아야 한다 는 내용의 보고서를
가지고 있다 고 털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차장은 29일 새벽 국민회의 기자실로 전화를 걸어와, 기자들과 다음과 같이 문답을 나눴다.

-문건은 언제 입수했나.

정확한 날짜는 기억할 수 없지만 7월쯤이다. 이종찬 부총재 사무실에 취재차 갔다가 신원철 비서관 책상 서류를
들춰보니 [개혁의 성공…]이란 제목의 팩스 문건이 있어 내용을 보니 조선, 동아, 중앙일보 얘기가 나오고 상당히
충격적이어서 기사화하려고 이를 그 사무실에서 몰래 복사했다.

-복사한 문건은 몇장인가
7장이었다. 편지는 없었다. 날짜가 6월 어느날로 돼 있어 이를 안보이게 하고 복사했다.

-무슨 문건으로 생각했나.
당시 이종찬 부총재가 국정원장에서 물러난 직후여서 국정원 문건으로 생각했다. 회사로 와서 국장과 상의했는데
국장이 국정원 문건이 맞느냐 고 물었다. 나는 제보자를 밝히지 않았다. 국장이 신빙성이 없다며 보도를 거부해
후배들에게 보여주기도 했고, 청와대나 안기부가 작성한 문건으로 보인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후 확인 취재를
위해 이종찬 사무실도 가고 다른 방법으로 확인을 하려 했지만 제대로 안됐다. 이에 따라 며칠후 보도를 포기하고
있다가, 8월인지 9월인지 정형근 의원 방에 갔다가 충격적인 문건을 입수했으나 보도를 못했다 고 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관심을 보이면서 문건을 보자 고 했고, 이후 복사를 하자 고 해서 하라고 했다. 나는 다만 정 의원에게 문건을
문제삼거나 노출해서는 안된다 고 했고, 문건의 출처도 얘기 안했다.

-출처를 시사하는 얘기도 안했나.
내용상 국정원이나 청와대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를 했다. 문건의 내용대로 중앙일보 사태 등이 고도로
계획된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정 의원과 문건에 대해 대화를 했나.
한번은 이종찬 사무실에 갔다가 이강래 전수석이 인사온 것을 보고 이후 이 전수석이 수시로 오는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이 수석이 필력이나 서류 작성 능력이 뛰어나다는 설명도 해주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이 전수석이 차기
대권주자인 이 부총재에게 기대려할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

-이 부총재와 친인척인가.
나는 성주 이씨고 이 부총재는 경주 이씨라 친척이 아니다. 촌수를 따질 관계가 아니다.

-이회창 총재와도 친하다는데
감사원장 시절 취재하면서 친해졌다.

/최병묵 기자 bmchoi@chosun.com
/김민철 기자 mc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