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근 선고된 환란 사건 1심 판결을 격렬하게 반박하는 내용의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
대검 이승구 중수1과장은 지난 11일 강경식.김인호씨 사건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광열 부장판사)에 낸 항소이유서에서
"원심 판결은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의 법리를 오해한데다 양형도 부당해
파기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특히 기아사태 처리와 관련, 강씨의 직권남용 혐의 무죄 부분에
대해 "원심 판결의 논리대로라면 국가를 경영한다는 대의명분을 위해서는
법률상 보장된 국민의 권리는 무시해도 된다는 것으로 이는 그야말로
구시대적 발상이요 시대착오적인 논리"라고 비난했다.
검찰은 또 법원이 진도.해태그룹 협조융자와 관련된 강.김씨의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서도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고유예형을
선고한데 대해"사건의 본질이 흐려질 것을 우려해 금품수수 부분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았을 뿐 강씨나 김씨가 기업에서 정치자금을 받았거나 금융
사기를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각 혐의별 항소 이유 요지.
◇ 기아사태 처리 지연(직권남용) - 법원이 강씨의 지시에 의해 한솔종금
한동우 대표이사가 이미 제출했던 화의신청 동의의견을 철회한 점을
인정하고서도 강씨에게 직권남용의 의식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마치 흉기로 상대방을 찌르는 사람이 상대방이 상해를 입을 것이라는
점을 몰랐다는 논리와 마찬가지다.
◇ 외환시장개입 중단지시(직권남용) -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강씨와 넓은
의미에서 공범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이들의 진술만 믿고 강씨가 외환시장
개입 중단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본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당시는 환율
방어선을 탄력적으로 10원 내지 15원만 낮췄더라도 정상적인 외환 거래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 대통령 보고(직무유기) - 대통령에게 외환위기 실상을 그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은 피고인들이 평소 대통령을 경제의 문외한으로 치부하고 무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식한'대통령으로부터 경제실정에 대한 질책을 듣는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 IMF행 발표 인수인계(직무유기) - 장관의 업무인수인계 시점은 적어도
외부적으로 사표 수리 확정 여부가 표시될 때까지로 봐야 한다. 임창열 전
부총리의 경우 IMF와의 협의진행 사실은 알고 있었더라도 기자들과의 문답
형식으로 IMF행을 발표한다는 사실은 몰랐다.
◇ 진도.해태그룹 협조융자(직권남용) - 사회의 규범을 선도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할 법원이 협조융자와 관련된 피고인들의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서도 형의 선고를 유예한 것은 관치금융의 폐해에
대해 면죄부를 준 꼴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