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먹은 전투기」 사고로 중상을 입은 조종사 김영광(32) 대위는 대전 유성구 국군통합병원 41병동 특실에
42일째 입원해있다. 26일 오전 병실에서 만난 김 대위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전투기 조종사로서 늘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각오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낙하산으로 비상탈출하면서 머리를 땅에 부딪쳐 뇌를 다치고, 전신에 타박상을 입었다. 그는 사고 이후
10일간 깨어나지 못하고 가수면(가수면) 상태에 빠져 있었다. 김 대위는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이륙 후 비행기 상태는 여느 때와 다름 없었던 것 같다』고만 말했다.
김 대위는 이날 처음으로 부인 엄정민(26)씨가 부조종사 최청수(27) 대위가 숨졌다는 소식을 전해주자,
『몰랐다』며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위는 물섞인 연료가 사고 원인이었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 어느 누구를 탓하고 싶지
않다』며 『연료공급과 관련한 부분은 전문가가 별도로 있는 만큼 나중에 부대로 복귀한 후 경위서를
봐야겠다』며 굳게 입을 다물었다.
부인 엄씨는 『남편이 원기를 회복하고 사고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업무로 복귀하기만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위가 사고 당일 뇌수술을 받은 직후부터 병실에서 숙식을 같이하며 지내온 엄씨는 『사고원인에
대해 설명을 들었지만, 지금으로서는 남편의 회복을 기다릴 뿐 그밖의 것들은 생각할 여력이 없다』고 했다.
병원측은 『김 대위가 거의 완쾌한 상태이며, 한 차례 뇌검사만을 남겨두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