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제3당 또는 무소속 후보의 돌풍이
계속될 것인가. 현재로서는 그 기세가 만만치 않다. 가장 주목할
대상은 개혁당(Reform Party)이다. 개혁당은 지난 96년 텍사스 억만장자
로스 페로가 대통령 출마를 위해 급조한 정당이다. 페로는 92년
대선에서 18.7%의 득표로, 역대 제3당 또는 무소속 후보로서는 두번째로
많은 표를 얻는 데 성공한 인물이다. 96년 대선에서 8.4%를 득표, 그
기세가 꺾이긴 했지만,양당 체제에 만족하지 못하는 독립 유권자층
(Independents)이 광범위하다는 사실을 재확인시킨 바 있다.
25일(현지시각) 개혁당에 '중량급' 인물이 입당했다. 사회적 이슈에서
극우 성향, 국제관계에서 고립주의 등을 전매특허로 하는 TV 정치평론가
출신 팻 부캐넌(60)이,일생동안 유지해 온 공화당 당적을 포기하고
개혁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그는 92-96년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모두 2위를 기록했다.
부캐넌에 앞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도 24일 공화당 탈당을
선언했다. 탈당의 변은 "공화당이 미치광이처럼 우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출마를 공식 선언하진 않았지만,트럼프는 부캐넌과 더불어
유력한 개혁당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부캐넌과 트럼프의 등장은 2000년 대선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대선 결과를 바꿔놓을 잠재적 파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당 후보의 등장을 크게 걱정하는 쪽은 공화당이다. '표
잠식'의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우려하는 대상이 부캐넌이다. 뉴욕타임스는 부캐넌이 개혁당
후보가 될 경우,68년 대선에 도전했던 흑-백인종 분리주의자 조지 월러스
앨라바마 주지사 이후 가장 의미있는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부캐넌의 탈당은 결과적으로 현재 대권 선두주자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의 '중도주의'에 대한 반발이다. 부캐넌은 탈당회견에서 공화-민주
양당을 "같은 새의 두 날개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부시 가문과 부캐넌은 오랜 악연을 갖고 있다. 92년 부시 대통령의
패인 중 하나가 '부캐넌 다루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부캐넌은 92년
공화당 전당대회 TV연설에 등장, 미국 전체를 상대로 '문화전쟁'을 선언,
'공화당=극우'라는 이미지를 심어줬었다. 부캐넌은 페로와 더불어 92년
클린턴 당선의 1등 공신들로 꼽힐 정도였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짐
니콜슨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의장 등을 동원,잔류를 강력히 종용해
왔고, 부시 지사도 그간 부캐넌 비판을 자제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부캐넌의 입당은 개혁당에 '정체성' 위기를 가져왔다. 트럼프와
프로 레슬러 출신 제시 벤추라 미네소타 주지사로 상징되는 자유 분방한
인물들과 부캐넌의 극우적 메시지는 도저히 융합되기 힘든 상황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개혁당이 점점 '조크(Joke)'같이 되고 있다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 로스 페로다.
개혁당에 모여든 인물들이 한결같이 '예측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듯, 페로 역시 앞날을 점치기 힘든 인물이다. 현재까지는 당내 후보
경선에 중립을 선언중이지만,언제든 본인이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다소 맥빠진 양상의 공화-민주당의 후보 경선과는 달리,개혁당은
흥행에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혁당을 바라보는 워싱턴
정가의 눈이 심상치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