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 박정수 대위 부모 ""좀 다쳤다...추락원인은 기체결함" 두번이나 속였어요"
『다 알면서 얘기 안해준 게 너무 억울합니다. 우리 아들 두번
죽인 거요.』
지난 9월14일 물먹은 F-5F 전투기를 몰고 이륙했다가 3분57초 만에
추락, 사망한 조종사 박정수(26·공사 31기) 대위의 어머니 나은숙(51)씨는
강원도 춘천 집에서 연신 아들의 사진을 쓰다듬으며 『너무 이쁜 새낀데』
라고 목놓아 울었다.
부모는 일주일 뒤(11월1일)로 다가온 아들의 49재 준비로 바쁘던 25일
오후 5시쯤 TV 뉴스를 보고 아들의 사망원인을 알게 됐다. 부대에선
지금까지 「기체 결함」이 원인이라 했었다.
아버지 박송웅(55·전 직행버스 운전기사)씨는 『분해서 어제 저녁 우리
부부가 차를 몰고 예천으로 달려가다가 큰아들(특전사 중사·29)이 전화로
말리는 바람에 단양에서 돌아왔다』며 『군이 희생자 가족을 이렇게 속일 수
있느냐』고 몸을 떨었다.
박씨 부부는 아들이 전투기 추락으로 숨진 사실을 사고 당일 TV를 보고
알았다. 직접 전사자 가족에게 사망 소식을 통보하는 미국 등 선진국
군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고 난 그날(9월14일) 오후 7시쯤 부대 대대장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정수가 지상에서 좀 다쳤다」고 하더군요. 「비행할 수 있는 정도의
부상이냐」고 하니, 할 수 있대요. 그런데 저녁 7시, 8시, 9시 뉴스에는
계속 「사망」이라고 나오는 겁니다. 미칠 것 같았습니다.』
예감이 안 좋아 부모는 예천으로 달려가면서 「다치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기도했다. 부대 의무실에 가서야 부모는 아들이 사망했다는 얘기를
듣고 실신했다. 박씨 부부는 『그날 만신창이가 된 아들의 시신을 확인하고,
얼굴에 여러번 입을 맞췄다』고 했다.
박씨는 『아들이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훈련을 하다 생명을 바쳤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는다』고 했다.
『사고가 난 날 야간비행 스케줄표에 정수 이름이 없었어요. 몸이 아픈 다른
사람 대신 전투기를 탔다더군요. 가장 먼저 이륙한 우리 아들 정수의 희생으로
나머지 7대 전투기와 조종사 14명이 무사하지 않았습니까.』
박 대위의 부모는 「아들이 민가에 추락하지 않기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탈출하지 않고 조종간을 잡고 있다가 문경의 야산에 추락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모부 송태운(교사)씨는 『해병대로 월남전에 참가해 부상까지
했던 아버지가 아들들을 엄하게 키웠지만, 둘 다 씩씩하고 명랑하게
자랐다』고 했다. 특히 박 대위는 비행기를 좋아하는 남자다운 청년이었다고
했다. 고교 3년 내내 「월간항공」 잡지를 구독했고, 항공 관련 기사를
스크랩해 「비행기 박사」로 불렸다. 그러면서도 전교 3∼4등을 놓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