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오후 6시37분쯤 공군 예천 비행장을 이륙한 F-5F 전투기는
3분57초 만에 곤두박질쳤다. 2개의 엔진이 한꺼번에 꺼진 것이다. 조종사
김영광(32) 대위는 비행기가 고도 상승 후 안정상태에 접어들자,
동체 안의 연료탱크 대신 기체 외부의 연료탱크를 가동시키기 위해
스위치를 전환했다.
요란하던 엔진 굉음이 순식간에 뚝 끊기면서, 기체는
「자유낙하」를 시작했다. 비상탈출을 시도했지만 부조종사 박정수(27)
대위는 숨지고, 조종사 김 대위는 겨우 목숨을 건졌다.
한나라당
정재문(정재문) 의원은 지난 7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2개의 엔진을
가진 전투기가 어떻게 3분 만에 떨어질 수 있느냐』고 추궁했다.
국방부는 『사고 원인을 조사중 』이라고 답변했다.
그로부터 18일 만인
25일, 국방부는 『전투기에 다량의 물이 섞인 항공유가 주입(주입)돼
엔진이 꺼져버렸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을까? 항공 전문가들은 『항공기에 물이 섞인 항공유가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다. 공군 조종사 출신인 한
민항기 기장은 『공군측이 밝히기 곤란한 다른 속사정이 있어 궁여지책의
해명을 내놓은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라며 「군 내부비리」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유류저장 탱크 안의 항공유(항공유)가
전투기 연료탱크에 들어가는 「다단계 절차」를 모조리 무시하지
않았다면 이런 「원시적 사고」는 일어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류저장 탱크의 항공유는 4단계의 「안전절차」를
거쳐 전투기 연료탱크에 들어간다. 먼저 유류저장 탱크에서 급유차에
기름을 실을 때 물이나 불순물이 있는지 「샘플링(sampling) 조사」가
이뤄진다. 이어 저장탱크 급유차, 급유차 전투기로 연료가 옮겨질 때
각각 여과기를 거쳐 두 차례 이물질과 수분이 걸러진다.
항공기에 넣어질
때 항공유에 수분이 섞여있는지 여부가 다시 체크된다. 「주사기로
급유차의 연료를 뽑아내 캡슐형태의 시약에 주사하면, 수분이 조금이라도
섞여있을 경우 시험지가 파란색이나 녹색(정상은 노란색)으로 금방
변한다」는 것이다(김포공항 급유 담당자).
그런데 공군 발표에 따르면,
예천 비행단은 두 차례의 항공유 점검(sampling), 두 차례의 여과를 모두
무시했다. 또 예천 비행단은 하루 한 차례 해야 하는 연료저장탱크
드레인(drain-물빼기) 작업을 1주일에 한두 차례밖에 하지 않았다. 급유
최초단계에서 실시하는 연료저장 탱크에서의 「샘플링 조사」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급유대와 급유차의 여과장치는 모두 고장난 상태였다.
비행단 요원들은 전투기에 항공유를 넣을 때 실시하는 「샘플링 조사」도
생략했다. 마지막 단계까지 철저히 수칙(수칙)을 외면한 것이다. 공군
출신인 대한항공의 한 정비사는 『공군 정비사들은 「연료에 수분이 많이
함유돼 있으면 엔진이 셧다운(정지)되기 때문에 수분체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귀가 아프도록 교육을 받는다』며 『연료주입 때 샘플링
테스트만 했어도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이
사고는 군기해이, 직무유기, 노후된 시설이 맞물려 빚은 총체적 참사였던
것이다. 의문은 또 이어진다. 공군 설명대로 지하 연료저장탱크에 물이
들어간 원인은 무엇일까? 공군측은 탱크에 균열이 생겨 물이
스며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항공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한국공항공단의 한 관계자는 『유류탱크는 보안상의 이유로
폭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두꺼운 철판(김포공항의 경우 12㎜)과
콘크리트(〃 80㎝)로 이중삼중의 밀폐장치를 해두는 것이 상식』이라며
『군용 비행장의 유류탱크가 그렇게 허술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예천 비행단의 한 관계자는 『가능한 모든 조사를 했으나
이상이 없었다. 이번 사건은 보급부대와 관련된 것』이라고 주장해, 크게
주목된다. 민간항공 관계자들과 공군 현역장교들은 사고 원인을 전면
재조사하고 낱낱이 공개하는 것만이 의혹해소의 지름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