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장파(장법) 지음, 유중하 등 옮김
푸른숲간, 2만3000원.
동서양은 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느끼는 데 방식이 다른가? 이
책에서 저자인 장파(장법)는 동서양 미학의 차이를 비교문화적인
시각에서 매우 설득력 있게 풀어 나가고, 나아가 그 차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서 융합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시사한다. 장파 이전에도 중국에는 주꽝치앤(주광잠), 리쩌허우(이택후)
등 훌륭한 미학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장파의 이 책은 단순히
서구미학을 중국에 적용한다든가 혹은 서구미학을 중심으로 중서
미학을 통합하려 들지 않고, 일단 양자의 차이점을 공평한 견지에서
준별하려 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경향과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장파는 우선 중서미학이 나뉘게 된 근본적 원인으로서 문화정신의
차이를 거론한다. 세계를 인식하는 틀에 있어서 중국은 '무'를
바탕으로 삼지만 서구는 '유(Being)'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렇게 해서 '기'의 우주와 '실체'의 우주 즉 허실의 상생(중국)과
허실의 대립(서구)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상이한 방식이 생겨난다.
저자에 의하면 이 두 가지 인식틀 즉 음양론과 변증법의 역사적
전개에 따라 중국과 서구의 미학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예컨대 문화적 초월의지의 표현이라 할 숭고미에 있어서 서구의 경우,
격렬한 부정의 과정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긍정적이고
유쾌한 상승으로 표현된다. 창작론을 두고 말한다면 중국에서는
신기를 중시하기 때문에 인물화에서 형체를 잘 그리느냐 못 그리느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신기를 잘 전달하는
문제이다. 반면 서구에서는 실체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모네는 20여일
동안이나 같은 시각에 들판에 나가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장파의 중서미학에 대한 이같은 비교는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쳬계적인 입론에 근거하여 우리에게 양대미학의 특성을 요연하게
보여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모처럼 읽게 된 뛰어난 이 책도
최근 중국에서 양산되고 있는 비교문화류 저작들이 안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 그 한계로는 우선
환원주의 및 도식화의 오류를 들수 있다. 일찌감치 중서간을 이항구조로
파악하고 이후의 다양한 전개를 간단히 두가지 원리로 환원해서 설명하는
것은 마치 유교로 동아시아를 다 읽어낼 수 있다는 망상 만큼이나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다. 아울러 음양론과 변증법으로 중국과 서구의 모든 역사
현상을 다 규정하겠다는 의지의 이면에는 문화결정론적인 사고가 깔려있다.
이 사고는 문화민족주의와 깊은 상관이 있어서 자칫하면 중국 혹은
동아시아 문화와 서구문화의 융합이 마치 세계문화의 통일을 가져오기라도
하는 듯한 착각으로 이끌 수 있다.
이 책은 번역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함부로 원어를 비슷한 취지의
단어로 옮기지 않았다. 그리고 부록인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당대 중국
지식인의 세계관을 헤아릴 수 있게 된 것은 망외의 소득이랄 수 있겠다.
(정재서/이화여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