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창훈(36) 씨가 수필같은 소설책을 냈다. '바다도 가끔은
섬의 그림자를 들여다 본다'(실천문학사, 284쪽, 8000원).

이 책은 여수에서 태어나고 거문도에서 자란 적이 있는 작가가 고향을
스케치하듯 써내려간 글들이다. '참으로 그리운 뱃소리 통통통. 섬과 섬
사이에 가득하던 그 소리들. 마치 꼬마들이 달려가는 소리 탕탕. 꼭
뒤란에서 감 떨어지는 소리 퉁퉁. 흡사 양철지붕에 소나기 내리는 소리
토도도통.'(74쪽)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소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소설이 아닌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읽는 재미, 그림이나 삽화를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의 일기책을 들여다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론 수필 같다. 책을
펴낸이는 그래서 아예 '산문소설'이라 붙인 듯하다.

지난 92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닻'이 당선됐던 한창훈은 "민중의 삶을
빼어나게 형상화한 작품들"로 평가받아 왔다. 작년에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했고, 작품집으로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 '가던 새 본다', 장편
'홍합' 등이 있다.

이번 '바다도…'는 그가 썼던 소설의 재료들이 고스란히 쟁여져 있는
곡간을 들여다 보는 것이나 같다. '항구의 아침은 물색이 바뀌면서 온다.
어슴푸레한 기운이 사방에 퍼지면 밤새 도시의 불빛에 반짝이던 검은
바다는 점차 제 모습을 드러냈다'(10쪽). 혹은, '첫 배 손님을 기다려
개시하려고 과일 좌판 아주머니들이 붙여놓은, 드럼통 속의 장작불도
바람 따라 함부로 제 몸을 길게 뽑아댔다'(9쪽).

물해꾼(잠녀)인 외할머니, 선장이었던 삼촌도 등장한다. 억척스러운
섬사람들, 여객선과 항구의 모습 그리고 낚시의 변천, 익숙지 않은 바다의
먹거리들….

책장을 덮으면, 작품 속에서 작품 밖에서 늘 바다와 어울리며 남성적
체취를 풍겼던 한창훈의 글쓰기가 바로 여기서 비롯됐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작가는 "섬은 바다를 통해 땅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 원초적인 깨우침을 준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한가지. 요즘 문인들은 "예쁜 책 만들기"에 열심이다. 짧은 글들을
화보처럼 묶는다. 본격 문학을 하는 사람들도 독서 소비자를 의식하라는
강력한 요구를 수용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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