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을 헤매는 아이를 떠올리며 연습했습니다."
24일 열리는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에는 이를 악다물고, 눈물을 훔쳐가며
뛸 사람들이 있다. 꺼져가는 어린 생명들이 하루 빨리 소생하길 기원하는
백혈병 어린이 부모 모임인 한울타리회 회원 40여명.
골수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는 원서의 아빠 강대훈(36·군인)씨는 42.195㎞
완주를 목표로 매일 20㎞씩을 연습해 왔다. 가슴이 터질 듯 숨이 가빠오면
'내 아이도 이렇게 고통스럽겠지'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골수 기증자가 나타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소희 아빠
신광섭(37)씨. 그는 한울타리회가 마라톤에 참여한 사연이 알려져 골수
기증자를 찾게 되리라는 희망을 안고 달린다.
"이식만 하면 완치된다는데…. 그까짓 골수 하나 못 구해 내 아이를
떠나보내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오랜 투병생활 끝에 최근 완치 판정을 받은 예지 아빠 최복영(38)씨와
진실이 엄마 김인순(44)씨는 다른 회원들을 위해 마라톤 대열에 합류했다.
아이의 병이 나아 천하를 얻은 듯 기쁘지만, 함께 투병했던 그 병상의 그
아이들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2년전 열세살 난 아들 동민이를 가슴에 묻은 이현정(47·여)씨. 그녀는
아직도 동민이의 맑은 눈빛을 잊지 못해 '화풀이'하듯 달릴 생각이라고
했다. 한울타리 회원들이 운동화 끈을 동여맨 것은 이 병원 소아 백혈병
전문의 김태형(60) 교수 때문. 김 교수는 1m를 달릴 때마다 1원씩 후원하는
회원을 모집, 지난 97년 조선일보 마라톤때 42.195㎞를 완주하고 1000여만원을
모아 한울타리회에 전달했다.
"백발이 성성한 노교수도 뛰었는데…"라는 생각이 이심전심으로 모아져
자연스레 마라톤 참가가 결정됐다.
"아이들 고통의 10분의 1이라도 한번 느껴보자"는 한 회원의 제안에
10명 수준이던 마라톤 참가자가 40여명으로 늘어났다. 이렇게 되자 무릎이
좋지 않아 달리기를 중단했던 김 교수도 몸을 가다듬어 다시 완주에
도전한다. 모금 운동도 활발해 올해엔 1000만원이 쉽게 넘을 전망이다.
"고통을 참고 견디면 반드시 희망이 찾아온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제발 생명의 끈을 꼭 붙들고 있기만을 기원하는
심정입니다."(회장 이현정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