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0시10분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신애삼거리. 온성문(48) 경장과
안성혁(29) 순경은 불빛 하나 없는 도로 옆에 순찰차를 세우고 농민들이
말리려고 내놓은 벼를 살폈다.
전날 오전 8시부터 지금까지 이곳을 4번째 찾았다. 올 가을 양평서
관내엔 농작물 도둑이 사라졌다. 양평서는 파출소를 없애나가는 대신
경찰관들이 순찰차를 타고 24시간 돌아다니는 '21세기형 경찰'을 시험중이다.
지난 4월27일부터 기동순찰대 차량 11대는 경찰서 지령실의 지휘를
받으며 정해진 코스를 하루 종일 돈다. 11개 파출소 경찰관 81명 중 40명이
기동순찰대원이 됐다. 이런 근무형태를 제일 반기는 것은 읍내 유흥업소와
상가 주인들. 특히 파출소와 멀리 떨어진 콘도, 여관, 주유소, 농가 등의
호응이 대단하다. 옥천면 한화콘도 직원은 "별일 없어도 경찰이 하루 네 번
오고, 신고하면 경찰이 5분 안에 도착해 경비에 신경이 덜 쓰인다"고 했다.
고순남(73·여·양평읍 대흥3리)씨는 "순찰차가 자주 돌아다녀 마음 놓고
농작물을 길가에 널어놓는다"고 했다. 순찰차 당 하루 평균 운행량이 233㎞.
살인 강-절도 등 강력사건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양평서 측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순찰대원의 근무여건은 좋아졌다. 파출소 경찰관들은 파출소를
지키느라 4∼5일에 한번씩 집에 들어갔지만, 지금은 24시간 근무 후 24시간
쉰다.
사건이 나면 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나 형사계로 넘기면 되므로, 파출소는
보고서로부터 해방됐다. 단 형사계와 교통사고조사계는 인원을 보충했다.
대신 경찰관 3∼4명이 남은 파출소는 '시민 안내센터'로 변했다. 주민 불편
사항을 체크하고, 길 안내하는 게 주업무다. 옥천파출소 공재권 순경은
"자잘한 법률사항을 문의해오는 주민과 법전을 뒤지는 일이 재미있다"고
했다.
양평서 박진수 방범과장은 "대도시에서는 좀 다르겠지만, 서울의 1.4배
면적에 8만2000명만 사는 양평 같은 곳에서는 분명 기동순찰대 방식의
치안이 적절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