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전과 마찬가지로 계속된다. 파리 시드니 브뤼셀에서 그들은
파티를 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다."
동료들과 떨어진 채 동티모르의 딜리에서 의료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경없는 의사회'(MSF)의 한 간부가 던진 노벨 평화상 수상 소감이다.
동티모르의 안전이 회복되고 있지만 그곳의 MSF 의사들은 유엔 평화유지군과는
별도로 자신들의 손길이 필요할 때까지 머무를 것이다. 그 간부는 "가야만
하는 곳이라면 끝까지 간다"는 MSF의 정신을 강조했다.
MSF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 전해진 날 프랑스 신문들은 기사 문장 속에
자랑스럽게 영어를 썼다. 'french doctors(프랑스 의사들)'. 세계 어느 곳이든
분쟁과 재난, 학살의 현장에서 고통받는 사람들 사이에 구세주처럼 통용되는
MSF 의사들의 별칭이다. MSF는 프랑스 68혁명 세대의 의학도들이 창설한
단체지만,오늘날 세계 18개 독립적 협회를 운영하면서 국경을 초월한
'세계시민'의 양심을 실천해 왔다. MSF의 힘은 예산의 70% 이상을 민간
후원금으로 충당하는 데서 오는 정치,재정적 독립이다. 그만큼 투명하게
협회살림을 꾸린다. 프랑스의 경우 1프랑(약 210원)의 후원금이면 후진국
어린이들에게 홍역 백신을 놓거나 두끼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세기 마지막 노벨평화상이 시민 운동 단체인 MSF에 돌아간 것은 21세기
인류공동체 전망에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민족국가의 성립과 경쟁, 그리고
민족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세기를 정리하는 시점에서 MSF의 승리는 국경을
초월한 개인들의 승리이기 때문이다. "다음 세기에 아우슈비츠가 재연되기는
힘들 것이다." MSF를 설립한 베르나르 쿠슈네르의 노벨상 수상 소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