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여건은 너무 열악하다. TV 애니메이션은 방송사
지원액이 30년째 제자리다. 능력있는 젊은이들도 노동조건이 나빠
애니메이션계에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모노노케 공주' 상영을 맞아 제4회 부산영화제를 찾은 일본
지브리스튜디오 스즈키 토시오(51) 대표는 "일본 애니메이션 장래가
무척 어둡다"고 했다. 한국에 열성 팬이 많고, 평자에 따라 디즈니에 맞설
유일한 대안으로 꼽는 일본 애니메이션이지만, 스스로 평가는 사뭇 냉정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인기있다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단정했다.
아시아 몇몇 국가에서나 좀 인기가 있고 유럽 미국에선 나라마다 기껏
1만명쯤 팬들이 있을 뿐이다. 상업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숫자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서 애니메이션은 맨 나중에 풀릴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9월 2차 개방에서도 제외됐다. 전면 개방때 상당한 산업적 위협이 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 중엔 질낮은 작품들이
많고, 이런 것들은 개봉해도 경쟁력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측
개방 일정에 대해 "나라마다 사정이 있는 법인데 무조건 전면 개방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애니메이션 채널만 해도 일본작품
방영에 상한비율을 책정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부산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은 최고 인기품목이다. 일본
애니메이션계 대부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공주'는 18일 저녁
야외상영 4700석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프랑스 애니메이션 `키쿠지로와 마녀'는
16일까지 50% 채 안되게 팔렸을 뿐이다. `공각기동대'를 필두로 출품작 3편이
선풍을 일으켰던 1회 부산영화제를 비롯, 일본 애니메이션은 근 몇년간 국내
각종 영화제에서 괴력을 발휘해왔다.
일본 애니메이션 평균 제작비 10배, 23억엔을 들인 `모노노케 공주'는
97년 일본에서 1300만명을 모으는 경이적 성공을 거뒀다. 스즈키씨는 "최고
실력자 미야자키 하야오 연출에, 많은 돈과 공을 들인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출판사에서 일하다 84년 애니메이션 잡지 창간을 계기로 미야자키
하야오와 알게 된 뒤 지금껏 파트너로 일해왔다. 돈을 댈 영화사를
찾지못해 85년에는 미야자키와 함께 지브리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이후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붉은 돼지' `헤이세이 너구리 대전쟁' `귀를
기울이면' ` 모노노케 공주'까지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다 이사오
작품들을 계속 히트시켰다. 그는 "`모노노케 공주'가 이전 작품보다
폭력적이지만,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려는 미야자키 세계가 여전히
도드라진다"고 했다.
개봉때 일부 잘못 보도된 것과 달리 `모노노케 공주'는 미야자키의
은퇴작이 아니라 한다. 기자회견에서 미야자키가 "작품을 만들 때 항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게 와전됐다는 설명. 미야자키는 따스한
10살 소녀 이야기를 소재로 다음 작품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