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흡연피해 소송 재판이 14일 시작돼,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소송을 낸 외항선원 김모(지난달 사망)씨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을 주축으로 무료변론에 나선 18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했고,
담배인삼공사측은 국내 굴지의 로펌인 '세종'을 선임, 민변과 로펌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양측은 첫 재판에 앞서 보도자료까지
내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지법 민사13부(재판장 유원규)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김씨측은
병원 진료기록을 증거로 신청해 채택됐다. 비록 김씨는 숨졌으나 그
가족들이 소송을 이어 받았고, 하루 두 갑 정도였던 김씨의 흡연량 등을
증언하기 위해 김씨의 친구 등도 증인석에 설 전망이다.

이번 소송의 성패는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와 담배인삼공사의 불법행위
증명 여부에 달려 있다. 담배인삼공사가 니코틴-타르 등 발암물질의 함유량
등을 제대로 기재했는지도 재판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의 변호인단은 '흡연환자의 폐암 발생 확률이 비흡연자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연구 결과 등을 기초자료로 제시하고,
담배인삼공사가 '경고다운 경고문'을 지난 89년에야 담뱃갑에 명기해,
민법이 규정한 '제품에 대한 고지-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 계획이다.

하지만 제조업체가 제품의 하자여부에 대해 입증 책임을 져야 하는
'제조물 책임법(PL법)' 부재 등 불법행위의 입증 책임을 위한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김씨측의 이같은 주장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담배인삼공사측은 "고지-설명의무가 있다는 것이 법률상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고, 담배의 제조-판매는 법규를 준수해 이뤄졌다"면서 "법률상 허용된
담배를 제조-판매하면서 위법 행위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담배공사의
책임은 없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1000여건의 담배소송이 계류중인 미국에서는 흡연피해자 개인이 낸
소송은 배심재판인 1심에서 4∼5건의 승소사례가 있었으나, 법률심인
항소심에선 피해자들이 대부분 패소했다. 지난 7월 흡연피해자 50만명의
집단 소송은 1심에서 승소평결이 났으나 9월 초의 항소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혔다.

폐암환자인 패트리샤 헨리(52)씨가 지난 2월 필립모리스사로부터 5150만
달러(한화 620억원 상당)의 배상평결을 받아냈던 소송도 항소심에 계류중이다.

한편, 김씨의 변호인단은 지금까지 담배소송에 대한 세미나 개최, 국내
금연운동단체와의 연대 등을 통해 이번 소송을 '공익소송'으로 이끌어
가려고 했다.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이 재판의 목적은 개인의 권리구제뿐
아니라 흡연의 위험성과 중독성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가와
담배인삼공사의 담배판매촉진 정책을 중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측은 "재판이 1∼2년 안에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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