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이후의 국회 의사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13일 열린 여-야 3당
총무회담이 40분 만에 깨졌다. 한나라당 이부영 총무가 "더 얘기할 필요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것이다. 12일엔 `합의문' 조인 직전에
국회 예결위원 명단제출 문제로 회담이 결렬된 데 이어 연이틀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셈이다.
회담이 깨진 데 대해 국민회의 박상천 총무는 "한나라당은 국회
예결위원장을 여당이 양보하지 않으면 예결위원 명단을 낼 수 없다고
해서…"라고 했다. 한나라당 이 총무는 그러나 `이회창-홍석현 대선
밀약설'에 대해 여당이 분명한 해명을 하지 않아 더이상 협상에 임할
수 없다"고 했다.
두 총무의 설명은 모두 맞는 얘기이다. 여-야는 지금 19일 이후의
국회 의사일정 합의를 조건으로, 자신들이 `현안'을 동반 해결하려는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의 이해관계가 너무 달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18일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
정기국회가 공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의 최대 관심사는 `밀약설의 족쇄 제거'에 있다. 여권이 16대
총선 때 이를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고, 국민회의의
공개발언을 통해 "사실이 아니다"는 답변을 들으려는 것이다. 이부영
총무는 회담 직후, "현 정권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무자비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면서, "국민회의가 한나라당과 중앙일보의 밀약설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밀약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이야기를 우리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회의는 그러나 밀약설이 `사실무근'이라고 공인해
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회의측의 목표는 또 다르다. 국민회의는 예결위를 조기 가동,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빨리 착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19일까지 한나라당의 예결위원
명단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이 때문. 예결위와 선거법을 다룰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동시에 가동해, 올 정기국회의 최대 현안의 해결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예결위와 관련해서 한나라당과 국민회의는 또 서로 자당이 예결위원장을
차지해야 한다고 맞선다.
정치개혁 입법협상에 대해서도 여당은 "선거법-정치자금법-정당법 일괄협상,
일괄타결"을 외치는 데 반해, 한나라당은 "선 정치자금법, 후 선거법-정당법
협상"을 주장한다.
16대 총선전의 변수가 될 현안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전운이 점차 짙게
드리워지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