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신호등', '교통 할아버지'….
18년째 동대문구 제기 2동 삼거리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최태석(64)씨가
동네 주민들로부터 받은 별명들이다. 최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
81년. 1년에 보통 2∼3명이 사망하고, 교통사고도 10여건 이상 일어나자
최씨는 무작정 호루라기를 들고 나섰다.
"근처 중학교 학생들도 지나가는 길인데, 사고가 빈번한데다 신호등과
건널목마저 없어 무척 위험했습니다." 최씨는 18년 동안 매일 오전 6시면
일어나 7시부터 8시반까지 출근과 등하교 삼거리를 지킨다.
최씨는 언제나 동네 일이면 자신의 일인양 두손을 걷어부친다. 97년
82세의 한 노약자가 지하철 지하보도를 건너다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숨지자, 최씨는 주민 2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경찰청에 '건널목을 설치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경찰청에선 "지하보도가 이미 설치돼 있어
건널목을 또 만드는 것은 곤란하다"고 답변했지만, 최씨는 2년 동안 주민의
서명을 받아 진정서를 3번이나 제출, 결국 작년에 건널목과 신호등이
설치되도록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슬리퍼를 신거나 신발
뒷굽을 구겨 신고 등교하는 학생들은 최씨에게 한마디 따끔한 잔소리를
듣기 일쑤다.
"내 몸이 허락할 때까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교통정리를 할 겁니다.
아이들은 곧 우리의 '미래'잖아요." 최씨의 '동네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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