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64)=일본 3대 타이틀은 1인당 8시간짜리 이틀 바둑. 조치훈은
이걸로도 시간이 태부족이어서 항상 초읽기에 몰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와
'이틀 바둑'을 겨뤘던 상대들의 코멘트가 재미있다.
"뻔한 장면에서 한없이 장고하는 걸 보면, 그의 지향점은 남들과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조 선생이 2시간 쯤 착점을 안할 때면 머리가
멍해진다"(고바야시 사토루) "나는 그럴 때, 뭐 이런 데서 장고할까 하는
생각에 고맙다고 느낄 적도 있다. 그는 스스로를 궁지에 처박은 뒤 불가사의한
힘을 발휘한다"(요다) "내가 형세가 나쁜 데도 그가 장고할 때면 정말로
공포스럽다"(왕리청)
그 '공포의 장고'가 거듭돼 초읽기 돌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53과 54,
55는 모두 일국의 정상들다운 그림같은 행마들. 56때 57의 굴복에 대해
조치훈의 조카인 최규병 구단은 "손을 빼 61 자리로 뛰어 버티고 싶다"며
아쉬워한다. 57을 생략하면 어찌될까. 1의 치중때 흑 2면 8까지
살긴 하지만 선수로 10집을 당해 이건 곤란하다. 따라서 흑 2로
받는데, 복잡한 수순 끝에 19까지 패(14…6, 15…7, 16…5, 18… ). 그러나
한 수 늘어진 패이므로 귀를 포기하면 흑은 다른 곳에 3수나 둘 수 있어 그
길이 나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