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움직인 16인의 리더
게리 윌스 지음, 곽동훈 옮김
작가정신, 1만2000원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과 영국 시민혁명의 영웅 올리버
크롬웰은 여러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영국 국왕
(워싱턴은 조지 3세, 크롬웰은 찰스 1세)에 대항했다. 또 강력한
카리스마로 민병대를 지휘해 전국 규모의 군대로 길러, 최후의 권력
쟁취에 성공했다. 그러나 크롬웰은 찰스 1세보다 더한 폭정으로
의회를 농락하는 독재자로 전락한 반면 워싱턴은 강력하고 합법적인
정부를 탄생시킨 후 일개 시민으로 돌아갔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시대가 리더를 부르고 있다. 그러나 리더에는 조건이 따른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역사학부 교수이며 퓰리처상 수상자인 게리 윌스의
'시대를 움직인 16인의 리더'는 리더의 본질을 추종자와의 관계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서점의 숱한 리더십 관련 책들과 구별된다. 그는
말한다. "모병 나팔을 크게만 분다고 병사들이 모이는 것은 아니다.
병사들이 반응할 특정한 곡을 택해야 하는 것이다." 게리 윌시가 꼽는
리더의 또다른 조건은 '목표'이다. 탁월한 리더는 단지 영향을 끼치는 데
머물지 않고 구성원들을 어떤 공동의 목적으로 끌고 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윌시는 역사상 16명의 리더들을 유형별로 분석하고
있다. 군사지도자, 외교적 지도자, 재계 지도자, 건국 지도자, 지식인
지도자, 종교 지도자, 스포츠 지도자, 예술가 지도자, 기회주의적
지도자…. 고대 소크라테스에서 현대의 마틴 루터 킹(흑인 민권운동가)
앤드루 영(미국 외교관)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선정한 인물들은 위대한
리더라기 보다는 추종자와 목표라는 기준으로 볼 때 '전형적인 리더'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흥미있는 것은 비슷한 가능성은 보였지만
리더로까지는 발전하지 못한 '반대 유형'의 인물을 각 장에 덧붙여
보다 명확하게 리더상(상)을 부각시켰다는 점. 예술가 지도자로 마사
그래함(현대무용가)을 꼽고 반대 유형으로 마돈나(록 가수)를 덧붙이는
식이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부인 엘리노어 루즈벨트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는 둘 다 퍼스트레이디로서 왕성한 사회
개량활동을 폈다. 그러나 오늘날 엘리노어는 미국 20세기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됐고 민권운동 여성운동 복지제도의 많은
부분이 그가 주창한 대로 따라가고 있지만, 낸시는 '대책없는 캠페인만
벌인 인심좋은 여사'란 평을 듣는다. 엘리노어의 활동이 당시 미국
사회(추종자)의 요구를 정확히 읽고 공동의 목표로 발전시킨 것이었다면,
낸시의 마약 퇴치 운동는 마약문제의 사회구조적 성격을 외면, 흡연자의
개인적 노력만 촉구하는 캠페인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리더로서 워싱턴의 현명함은 권력을 포기해야 할 순간에 포기할 줄
안 점이었다. 이는 시저에서 크롬웰 나폴레옹에 이르기까지 어떤
혁명가도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소크라테스가 위대한 지식인 지도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제자(대중)와의 끝임없는 대화, 그 속에서 자신도
새로운 것을 깨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천재적
직관을 갖춘 비트겐슈타인(1889∼1951)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이긴 했으나 리더가 되지는 못했다. 그는 케임브리지의
철학자들조차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까 두려워한 사람이었다.

'시대를 움직인 16인…'이 시사하는 중요한 점은 리더는 그 개인의
비범함이나 역량보다는 추종자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탄생한다는 것.
그렇다면 추종자는 자기들 수준에 맞는 리더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게 저자의 암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