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수입 의료기를 반복해 써야 하던 의료계의 고민을, 한 외과
의사가 국산품 개발로 해결했다.

복강경 수술 전문의인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김응국(52·외과) 교수는
매일 밤 수술 기구 국산화를 위해 졸린 눈을 비빈다. 환자 배에 작은
구멍을 뚫고 수술하는 복강경 수술 기구는 세균 감염 가능성이 커
한 번 쓰고 버려야 하는 1회용 제품. 그러나 100% 수입품이던 각종
수술 기구가 워낙 비싸고 의료보험도 일부만 인정돼 국내에선 여러 번
재사용하는 게 관행이었다.

"환자 안전을 위해 그대로 있을 수 없었습니다."

10년 전부터 병원 실험실과 철공소를 오가며 시제품을 만들어
대기업을 찾아다녔지만, 번번이 '얼마나 팔리겠느냐'며 문전박대당했다.
96년 3월 "내가 직접 만들겠다"며 '세종기업'이란 회사를 차렸다.
그러나 수술 기구가 외국업체의 특허품이라 독자 생산이 불가능했다.
수입품보다 하나라도 기능을 개선해 특허를 얻는 길밖에 없었다.
회사 직원을 수술실로 불러 참관시키고 토론을 벌였다. 돼지고기를
사다 밤새 자르고 꿰매면서 연구했고, 실험용 쥐도 수없이 희생됐다.
스프링 고정장치가 달린 수술 기구를 자석식 자동 고정장치로 개량할
때는 가구 회사에 무작정 찾아가 "자석식 옷장문 제작법을 알려 달라"고
통사정도 했다. 그러는 동안 외과의사였던 부친이 남긴 유산 10억원이
몽땅 들어갔다.

"돈을 날릴 수도 있었지만 가족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어요. 아버지도
의술 발전을 위해서라면 허락하셨을 겁니다."(동생 김응권·연세대의대
안과 교수)

그 결과 10여가지 특허를 등록해 수술 기구 국산화에 성공, 수입품
가격의 4분의 1보다도 싸게 공급한다. 외제 1벌에 64만원인 수술 기구
'투관침'의 경우, 세종기업 제품은 15만원대. 연세대 의대
김병로(56·외과) 교수는 "김 교수 것은 워낙 싸 한 번 쓰고 부담없이
버린다"며 "수입품 재사용에 따른 세균 감염 우려를 깨끗이 씻었다"고
말했다.

세종기업은 직원 7명의 작은 회사. "아직까진 적자"라는 김 교수는
"싸고 좋은 수술 기구를 만들어 환자 돕기 위한 일이지 큰 돈 벌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