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 새벽, 선배의 자녀를 기차역까지 태워줘야 했다. 기차시간에
맞춰 일어나 보니 우리차 앞에 다른차가 주차돼 있었고, 사이드 브레이크까지
채워져 있었다. 일요일 새벽 5시라 아파트 관리실에서 방송을 할 수도 없었다.
별 수 없이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집이 군 특수지역에 있어 새벽에
택시가 있을 리 없었다. 이리저리 뛰는 사이 기차시간이 임박해왔다.
그때 트럭이 목욕탕 앞에서 목욕 온 가족을 내려주는 장면을 목격했다.
사정을 이야기 한 뒤 역까지만 태워달라고 했다. 트럭 운전자는 두말않고
아이와 나를 역까지 데려다 주었다.
운전자의 집은 역에서 가까웠다. 고맙다고 인사한 뒤 잘가라고 했더니
『아주머니는 어떻게 집까지 가시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조금 기다리면
첫 버스가 올테니 그냥 가시라』 했더니 씨익 웃으며 『타세요. 제가 집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하는 것이다. 얼마나 고마운지 .
집에 돌아오는 차 속에서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 분은 택시 운전자였다.
야간 근무하고 교대하면서 가족들을 목욕탕에 태워줬단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손에 꼭 쥐고 있었던 만원짜리 한장을 내밀었다. 『제 성의니까
받으세요. 담배라도 사세요』 하니 『아주머니 저 돈 많아요. 괜찮습니다』
하며 사양하였다. 26-27세쯤 돼 보이는 잘 생긴 총각기사님께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이순남·주부·44·충남 논산시 두마면 엄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