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머리, 가쟁이'(가랑이) '가쾌'(집 흥정을 붙이는 일을 하는
사람) '쥐알봉수'(속임수가 능한 사람) '지랄창고'(경망스럽게 날뛰기를
잘 하는 사람) '초라니방정'(아주 촐랑거리는 행동이나 사람)…
일반인들이 뜻을 잘 알 수 없고, 국어사전에서도 번듯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비속어들이다. 이같은 비속어 8000여개를 표제어로 한
'국어 비속어 사전'이 강남대 김동언(44) 교수의 4년 작업끝에 내주초
프리미엄북스에서 나온다.
"표준어가 화려한 도심이라면 비속어는 소박한 시골같은 것이지요.
이때문에 벌거벗은 우리말인 비속어의 종류와 특징을 보면 한국인의
진솔한 정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해 사전을 만들었습니다."
사전 작업에는 90년대 국어연구소(국어연구원 전신)와 모교인 고려대에서
국어사전 집필에 참가한 것이 도움이 됐다. 영미권에서는 이미 18세기에
비속어 사전이 출간됐는데 우리나라에는 본격적인 비속어 사전 하나 없다는
반성도 4년 작업에 채찍질이 됐다. 기존 국어사전을 뒤지고,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 이 사전의 특징은 다양한 용례. 이해조의 '은세계' 등 개화기
소설에서 1990년대 중반 작품까지 777편의 소설과 신문-잡지 61건에서 비속어를
뽑아내 뜻을 정리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소설에서 어떻게 쓰였나 적었다. 가령
'갈빗대운동'은 "'갈빗대가 움직인다'는 뜻으로, 흥분함을 농으로 이르는
말"이라 뜻풀이하고 "처음으로 영업을 시작했다는 감격과 내일 아침이면 일금
이백원이 들어온다는 희망으로 두 여인의 가슴은 약간의 갈빗대운동이 없을
수 없었다"(김성한 '무명로', 1950)는 문장을 인용한다.
'강아지도 멍사장이다'는 "누구나 사장이 될 정도로 사장이 흔하다"는 뜻.
한수산의 '부초'(1976)에서 "빌어먹을 거. 돈 있으면 강아지도 멍사장인
시상에서 벌이가 이래 갖고 어디 살겄나"는 문장을 골랐다. '가죽방아 찧다'도
"(속되게)남녀가 성행위하다"는 뜻풀이와 함께 "암만 꿀단지라지만 웬만하면
가죽방아일랑 돌아가면서 품앗이로 찍자고"(김소진 '장석조네 사람들',
1995)란 소설을 인용했다. '질라이'란 표현도 "속임수가 능한 사람"이란
뜻풀이와 "팔도를 두루 다니며 그림을 그렸는데 질라이로 유명했지"(황석영
'어둠의 자식들', 1980)란 구절을 인용했다. 그밖에도 김 교수는 '노랑
수건'(남녀 사이에서 다리 노릇을 하는 사람)이란 단어를 춘향가에서
골라내기도 했다.
어떤 작가, 어떤 작품에 비속어가 많이 등장하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사전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전에 수록된 기준으로 보면
소설가로는 이문구(450건), 김주영(378건), 조정래(342건), 박영한(252건)
순으로 비속어를 많이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작품으로는 '객주'
(김주영·356건) '태백산맥'(조정래·306건) '우리동네'(이문구·215건)
등이 꼽혔다.
김 교수는 "아직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어학, 문학 연구자와
소설가 등에 이 사전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사전에 실린 단어 중 일상언어생활에 살려쓸 만한 것은 없는가"고
묻자 김교수는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