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만난 젊은 소설가 박영규(33) 씨는 어째서 한복이 그리
좋은지로 말문을 튼다.
"특히 남자에게 좋습니다. 여름에는 아랫도리에 통기가 잘되고,
겨울에는 댓님을 매니까 공기를 품어 따뜻하죠."
그에게 개량식 한복은 정말 잘 어울렸다. 박영규는 양복은 "딱 2벌"
밖에 없지만, 한복은 10벌이 넘는다. 그의 표정은 날카로우면서
부드러웠고, 말투는 겸손했지만 동시에 야심찬 것이었다.
그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리고 사진을 찍다가 정작 최근에 낸 첫
장편소설 '그 남자의 물고기'(조선일보사 출간, 272쪽, 7000원)로는
얘기가 더디 넘어갔다.
이 소설은 남자의 성에 관한 얘기다. 정확하게 말하면 곤충, 물고기,
포유동물들을 모두 포함한 수컷들의 성에 관한 소설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 박철수는 '방황하는 수컷들을 위한 남성학'이란 책의 저자로서
"이 시대의 남성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방황할 수 밖에 없다"고 열변을 토하지만, 정작 본인도 욕망을 분출하지
못하는 지루증 환자다.
철수의 약혼녀 수민은 오이 냄새가 나는 여자였다. 그녀는 교통사고로
죽었고, 철수는 나중에 파뿌리 냄새가 나는 희연과 결혼한다. 그러나 그는
아내의 냄새와 죽은 약혼녀의 냄새를 구별해낸 그때부터 성욕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 그는 결국 남성 전문 클리닉을 찾기에 이른다.
박영규 씨는 "지금까지 수컷이 사회를 지배한다는 관념이 강했고,
역설적으로 여성의 성에 대한 연구보다 남성의 성에 대한 연구가 소외됐다"고
지적했다. 여성학은 있어도 남성학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소설을 쓴 가장
강력한 동기인 셈이다.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 '후삼국기'(전5권) 등을 펴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박 씨는 동물들의 짝짓기, 식물도감 등
자연과학에도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대학 때 카프카를 전공한 그는
"기본적으로 자연을 잘 이해해야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앞으로 우리 문화의 자긍심을 일깨우는 책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자아비판적인 글을 써서 독자들에게 중압감을 주거나 분개토록 하지 말고,
힘을 넣어주는 책을 쓰겠다는 것이다. 헤어지기 전 엘리베이터 앞에 선 그는
"한복은 둥근 옷이기 때문에 작은 키를 적당히 커 보이게 하고, 큰 키는
알맞아 보이게 만들어 준다"며 잡은 손을 흔들었다. 그는 자신에 찬 젊은
작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