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문학의 세대교체란, 인생을 느끼는 방법이, 어느 순간 설명할 수도
없이 빠르게 달라져 버렸다는 것은 아닐까. 그 때 선배들은, 인생 문법이
다르다면서 선대와 결별을 선언했고, 지금 후배들은 코드가 호환이 안된다면서
등을 보인채 저만치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시모토 바나나(35)의 글쓰기는, 모퉁이를 돌아가면서 뒤따라오나 안오나
되돌아 보지도 않는다. '키친'(1987)으로 일단의 신세대 독자들을 지구상의
새로운 영토에 안내했을 때도 많은 어른들은 모퉁이에서 그녀를 놓치고
말았었다.
그뒤 '슬픈 예감', '하얀 강 밤배', 'N·P', '도마뱀', '암리타', '하치의
마지막 연인', '허니문'등의 장편을 거쳐 금년 '하드보일드·하드록'에
이르기까지.
몽환적 시어들로도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바나나는 최근 한국어로
번역된 '하치의 마지막 연인'(민음사 출간,146쪽)에서 황홀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접시마다 조금씩 담겨 있는 일본 음식 처럼, 한 젖가락에도
충분할만큼씩만 간결하게, 느낌과, 기분과, 향 등을 문장에 담는 것이다.
시처럼, 마술처럼 쉼표를 사용하면서 스토리를 아련하게 가르고, 다음 문장을
둥둥 띄운다.
이 소설은 여고생 주인공 마오가 하치라는 남자 애인과 동거하면서 사랑을
하고 헤어지는 얘기다. 하다못해 풍선껌 하나를 불더라도 이보다는 복잡하게
혀와 입술을 움직여야 할만큼 지극히 간단한 구조다.
언뜻 진부하고 유치한 것의 극치같지만, 그러나 그것이 일본의 도시 풍광을
배경으로, 이국적 요소(인도, 이탈리아)와 겹쳐지면서 산뜻하게 코끝 찡한
여운을 풀풀 날린다. '슬퍼서 어쩔 줄 몰랐던 (이별의) 그 일이, 눈물이 나올
만큼 기쁘게'(142쪽) 변모되는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독자는 모퉁이에서
바나나를 놓친 셈이다.
설명할 수도 없다. 이 아련함은 말로 하면 할수록 멀어지고 줄어들
뿐이라고(66쪽) 작가는 미리 쐐기를 박아 놓지 않았는가.
이 소설을 솜씨좋게 옮긴 김난주(41) 씨는 애원, 의무, 약속 따위로
거추장스러워지지 않는 사랑 얘기를 한국말로 다시 닦아서 끈적거리지 않도록
독자에게 내놓는다. "중요한 것은 사랑의 상징과 교감뿐인 듯"하므로.
(*김광일기자 *)